[연재|K-Politics ] [제26편] 대한공민주의는 어떤 국가체제를 지향하는가? — 권위와 민주를 조화시키는 제3의 정치체제 —
등록 :2026-09-10 조회수 367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본문

권위는 없애야 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말하는 시대에 권위라는 말은 낡고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권위는 쉽게 독재와 연결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힘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모든 권위가 곧 억압은 아니다. 부모에게도 책임의 권위가 있고, 교사에게도 교육의 권위가 있으며, 국가는 공동체의 방향을 지켜야 할 공적 권위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권위 자체가 아니라 권위가 누구를 위해, 어떤 기준 아래, 어떤 책임으로 작동하느냐이다.
민주주의 역시 그 이름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국민주권은 소중하지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수의 감정이 늘 공익은 아니며, 선거의 승리가 늘 역사적 정답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자유로운 선택과 함께 공적 책임이 있어야 하고, 국민의 의사와 함께 국가의 장기 방향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책임을 잃으면 여론의 파도에 흔들리고, 권위가 책임을 잃으면 지배로 굳어진다. 두 가치 모두 미완이다.
대한공민주의는 이 미완의 두 원리를 조화시키려는 국가체제이다. 그것은 권위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키자는 말도 아니다. 대한공민주의는 권위주의 또는 군주주의가 지닌 지속적 책임성과 민주주의가 지닌 국민주권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중립(重立)·중첩(重疊)·중화(重和)하려는 과정적 정치체제이다. 권위는 국민 위에 서는 힘이 아니라 국가의 장기 책임을 감당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하고, 민주주의는 단기 경쟁을 넘어 국민 전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질서로 성숙해야 한다.
오늘의 한국정치가 흔들리는 이유도 이 두 원리의 불균형과 관련이 깊다. 대통령에게는 과도한 권한과 기대가 몰리고, 국회는 정쟁 속에서 공적 책임을 잃기 쉽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치는 계속 진영의 전쟁터로 남는다. 권위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형태로 왜곡되고, 민주주의는 승자독식과 적대정치의 형태로 소모된다. 대한공민주의는 이 구조를 넘어 권력을 독점하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흩어버리지 않는 새로운 국가운영 원리를 요구한다.
대한공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의 자리이다. 모든 권한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방식도 위험하고, 모든 책임을 흩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도 위험하다. 국가에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의 방향을 세우는 책임, 통일·국방·외교 같은 장기 전략을 담당하는 책임, 경제·행정·민생을 운영하는 책임이 서로 다르게 존재한다. 이 책임들이 한곳에 뭉치면 제왕적 권력이 되고, 아무 기준 없이 흩어지면 무책임한 혼란이 된다. 대한공민주의는 권력을 역할별로 나누어 공적 책임을 입체화하려 한다.
이 체제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깊이 연결된다. 남쪽의 민주주의만으로 통일국가의 모든 문제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북쪽은 흡수의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북쪽의 권위적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유와 국민주권의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 통일국가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세워져서는 안 된다. 대한공민주의는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정치 경험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과 공존의 질서 아래 새롭게 재구성하려는 통일국가형 정치원리이다.
대한공민주의는 국민을 배제하는 체제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주권을 더 깊은 책임의 질서 안에 세우려는 체제이다. 국민은 선거 때만 등장하는 숫자가 아니며, 지도자는 선거에서 이겼다고 국가를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과 지도자, 정당과 제도는 모두 국가의 미래 앞에서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오지만, 그 힘이 지속 가능한 국가운영으로 이어지려면 공적 지도력과 제도적 조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 대한공민주의는 바로 그 균형을 지향한다.
대한민국이 통일국가를 준비하려면 기존 정치체제의 관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구조, 진영정치와 단기 정권정치를 넘어서는 새 국가운영 원리가 필요하다. 대한공민주의는 권위와 민주를 적으로 보지 않고, 각각의 미완성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조화시키려는 제3의 정치체제이다. 그것은 완전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길이 아니라, 그 완성으로 가기 위한 성숙기의 정치질서이다. 권위는 책임으로 바뀌고, 민주주의는 공존으로 성숙해야 한다. 그때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를 넘어 통일국가를 감당할 수 있는 정치적 그릇을 갖추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