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보완수사권 폐지, 제주 거짓 실종수사 종결은 빙산의 일각이다

등록 :2026-08-25    조회수 261

정갑수

본문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의 이름으로 형사사법체계가 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사실상 없애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수사의 주체를 바꾸는 것이 과연 국민의 권리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가.”



최근 광주 광산경찰서, 장윤기 살인사건 부실수사와 외압사건과 제주에서 발생한 부실한 실종수사와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된 사례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한 경찰관서의 업무상 오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진 이후 우리 형사사법체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음으로 봐야 한다.

제주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확보하지 못한 증거가 있을 수 있고, 피해자와 참고인의 진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할 수도 있다. 수사의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형사사법체계에는 한 번의 수사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견제와 보완의 장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바로 그 역할 가운데 하나를 담당해왔다.

물론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오래됐다. 검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비판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목표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권한을 누구에게 옮길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누가 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것인가다.



박지원 의원이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사권을 가진 기관의 판단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실질적인 장치가 없다면,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특히 경제범죄와 지식재산권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 간 기술분쟁, 영업비밀 침해, 특허·상표 관련 범죄, 투자·금융 사기 등은 사건의 구조가 복잡하다. 전문적인 회계·법률·기술 지식이 필요하고 수많은 자료를 분석해야 한다. 단순한 형사사건처럼 피해자의 진술 몇 마디와 현장 확인만으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경찰 수사가 사건의 핵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수년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수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기업은 무너질 수 있고, 기술은 경쟁자에게 넘어갈 수 있으며, 피해자의 삶은 그 사이에 회복할 수 없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가 장기화된 뒤 불송치나 사건 종결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다.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어떤 증거를 놓쳤는지,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다시 검토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피해자는 사실상 막다른 길에 놓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이냐 경찰이냐’라는 기관 간 권한 다툼이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수사 오류를 어떻게 교정할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형사사법체계 변화가 국민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하며 사직 의사를 밝히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점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 장관이 향후 국회에서 역할을 하며 입법 과정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라면, 그 선택 역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현재의 형사사법체계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쟁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다.

‘검찰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은 필요할 수 있다. 경찰 수사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사의 오류를 교정할 안전판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경찰이 모든 수사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었는지도 따져야 한다. 지식재산권·경제범죄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에 전문수사관과 디지털 포렌식, 회계·세무·특허·기술 분야의 전문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그런 준비 없이 권한만 넘긴다면 제도개혁이 아니라 책임의 이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형사사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범죄자를 놓치는 것만이 아니다. 죄가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도 무서운 일이고, 억울한 피해자의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특히 실종사건은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의 실종은 단순한 행정 사건이 아니다. 가족에게는 삶 전체가 걸린 문제다. ‘사건 종결’이라는 행정적 표현 뒤에는 누군가의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가 있다.

따라서 제주에서 제기된 실종수사 논란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잘못된 수사였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고, 제도적 허점이 있었다면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특정 사건에 국한된 문제인지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인지 조사해야 한다.

형사사법의 개혁은 권력기관을 위한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재수사·이의제기·사건심사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경찰 수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찰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외부 통제와 오류 교정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언젠가 또 다른 제주 사건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국민은 물을 것이다.



“처음 수사가 틀렸다면, 누가 다시 수사합니까?”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 채 형사사법제도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검찰개혁의 최종 목적은 검찰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경찰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억울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제주에서 울린 작은 경고음이 전국의 형사사법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시행된다면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이제 국회와 정부가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개혁에는 속도가 필요하지만, 형사사법에서는 속도보다 안전장치가 먼저다.

한 번 닫힌 수사기록을 다시 열 수 있는 문 하나쯤은 남겨두어야 한다. 그 문이 바로 억울한 국민에게는 마지막 희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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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 정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