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연재|K-Politics ] 제3부 대한민국 정치는어떻게 통일국가를 준비해야 하는가 — 통일준비헌법 개헌과 대한공민주의의 국가구조 — [제21편] 정권교체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가? — 국가비전 부재와 장기 국가계획의 필요성 —

등록 :2026-08-24    조회수 243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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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는 오랫동안 정권교체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잘못된 권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면 나라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장치이다. 권력이 한쪽에 고정되지 않고 국민의 판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생명력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곧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국가의 방향이 없으면 정치는 다시 같은 갈등을 반복한다.

 

정권교체의 한계는 국가의 시간이 정권의 시간보다 훨씬 길다는 데 있다. 한 정부의 임기는 몇 년이지만, 교육개혁과 인구문제, 연금과 복지, 산업전환과 지역균형, 외교와 안보, 남북통일은 한 세대 이상을 내다보아야 하는 과제이다. 그런데 정치가 선거 주기에만 맞추어 움직이면 국가는 장기문제를 단기성과로 포장하게 된다. 전임 정부의 정책은 쉽게 부정되고, 새 정부의 정책은 다시 다음 정부에서 흔들린다. 이렇게 되면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정권교체가 반복되어도 국민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단순히 어느 정당이 더 잘하느냐에 있지 않다. 더 깊은 문제는 국가 전체가 공유하는 장기비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당은 집권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비판을 준비한다. 그러나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질서를 남길 것인지, 분단국가가 어떤 통일국가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설계는 자주 뒤로 밀린다. 국가비전 없는 정권교체는 방향 없는 교대에 그칠 수 있다.

 

국가비전은 선거공약의 목록이 아니다. 공약은 선거에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약속이지만, 국가비전은 역사적 방향과 사회체제의 설계를 포함한다. 어떤 철학으로 국민통합을 이룰 것인가, 어떤 경제질서로 양극화를 극복할 것인가, 어떤 권력구조로 책임정치를 세울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남북통일을 준비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국가비전이다. 정책은 이 비전을 실행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비전 없이 정책만 나열되면 국정은 조각나고, 정책 없이 비전만 말하면 정치는 구호가 된다.

 

K-Politics가 요구하는 정치는 정권교체의 정치를 넘어 국가계획의 정치로 나아가는 것이다. 국가계획은 특정 정권의 이념을 오래 유지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국가의 기본 방향을 세우자는 뜻이다. 국민통합, 공존통일, 경제적 공생, 정치적 책임, 세계평화의 방향은 한 정당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장기 과제이다. 정치는 이 장기 과제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과 제도 속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당은 단순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철학과 정책을 생산하는 공적 기관이 되어야 한다. 집권하면 상대 진영을 지우고, 야당이 되면 모든 국정을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장기 국가계획이 세워질 수 없다. 여당은 집행의 책임을 져야 하고, 야당은 대안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그 경쟁은 국가의 미래를 파괴하는 경쟁이 아니라, 더 나은 국가 로드맵을 검증하는 경쟁이어야 한다.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장기 국가계획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며, 어느 한 정권의 결단만으로 완성될 과제도 아니다. 남남통합, 남북관계, 헌정질서, 경제통합, 안보와 외교, 국민의식의 성숙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의 방향이 크게 흔들리면 남북 모두 신뢰를 쌓기 어렵고, 국민도 통일을 현실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적 구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통일국가를 준비하려면 정권의 계획을 넘어 국가의 계획이 필요하며, 그 방향은 통일준비헌법의 문제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단계로 나아가려면 정권교체 자체를 목적처럼 여기는 습관을 넘어야 한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의 수단이지 국가운영의 완성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더 자주 바뀌는 권력이 아니라, 더 오래 책임지는 국가비전이다. K-Politics가 말하는 새 정치문명은 바로 이 전환에서 시작된다. 정치는 누가 권력을 잡느냐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정권은 바뀔 수 있지만 국가의 미래는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정권교체의 정치를 넘어 장기 국가계획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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