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연재|K-Politics ] ⑦ 인물 정치는 왜 국가의 미래를 가로막는가? — 정책 중심의 탈인물정치와 국가 로드맵의 조건 —

등록 :2026-07-06    조회수 425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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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치는 오랫동안 인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선거 때마다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기다렸고, 정당은 특정 지도자의 인기와 상징성에 기대어 세력을 모았다. 한 사람의 결단, 한 사람의 카리스마, 한 사람의 도덕성에 국가의 운명을 맡기려는 기대가 반복되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컸다. 좋은 인물이 나타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정치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국가는 한 사람의 의지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 철학과 제도와 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적 공동체이다.

 

인물 정치는 국민에게 쉽게 다가온다. 복잡한 국가문제를 한 사람의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지도자를 탓하고, 사회가 불안하면 더 강한 지도자를 찾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 뿐 해결하지 못한다. 한 인물이 아무리 뛰어나도 교육, 경제, 복지, 안보, 외교, 통일, 지역균형의 문제를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인물 중심 정치는 정당과 제도를 약하게 만들고, 정책의 지속성을 흔들며, 국가의 장기비전을 순간의 이미지에 종속시킨다.

 

인물 정치는 팬덤정치로 흐르기 쉽다. 지도자를 지지하는 마음이 지나치게 커지면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내 편 지도자를 지키는 일이 먼저가 된다. 비판은 배신으로 여겨지고, 검증은 공격으로 해석된다. 그러면 정치는 공론장이 아니라 충성 경쟁의 무대가 된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정당이 움직이고, 정당을 중심으로 국민이 갈라지며, 국가는 특정 인물의 성패에 따라 흔들린다. 인물은 필요하지만, 인물이 국가보다 커져서는 안 된다.

 

K-Politics가 말하는 탈인물정치는 인물을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국가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인물이 정책 위에 서는가, 아니면 정책과 철학을 실행하는 공적 주체로 서는가이다. 좋은 지도자는 자기 이름을 앞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길을 분명히 세우는 사람이다. 인물은 정책을 담는 그릇이어야지, 정책을 대신하는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중심은 인물의 인기에서 국가 로드맵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책 중심 정치는 단순히 공약을 많이 내놓는 정치가 아니다. 공약은 선거를 위한 약속일 수 있지만, 국가 로드맵은 시대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 계획이다. 교육개혁은 몇 년짜리 사업이 아니고, 연금과 복지는 한 정권의 성과로 끝날 수 없으며, 통일과 외교는 더더욱 순간의 여론으로 결정될 수 없다. 정책 중심 정치는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철학으로 국민의 삶을 설계할 것인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질서를 남길 것인지를 묻는 정치이다.

 

양미론(兩未論)의 관점에서 보면 인물도 미완이고 정책도 미완이다. 인물이 없으면 정책은 실행력을 잃을 수 있고, 정책이 없으면 인물은 인기와 감정에 기대게 된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인물의 완전한 배제가 아니라 인물과 정책의 올바른 자리매김이다. 지도자는 필요하지만 지도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제도는 필요하지만 제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철학과 정책, 인물과 제도, 국민과 지도자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함께 작동할 때 책임 있는 국가운영이 가능해진다.

 

탈인물정치는 국민통합과도 연결된다.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정치의 기준이 되면 국민은 쉽게 갈라진다. 같은 정책도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국가적 과제도 진영의 유불리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책 중심 정치가 자리 잡으면 국민은 인물이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정당도 특정 지도자의 사조직이 아니라 정책을 생산하고 검증하는 공적 기관으로 바뀔 수 있다. 국민이 인물의 지지자가 아니라 국가 로드맵의 판단자가 될 때 정치도 성숙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정치문명으로 나아가려면 더 이상 구세주를 기다리는 정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위대한 한 사람이 아니라, 바른 철학과 실천 가능한 정책, 그리고 그것을 책임 있게 수행할 공적 지도자의 결합이다. 인물 정치는 국가를 쉽게 흥분시키지만 오래 이끌지는 못한다. 정책 중심 정치는 더디게 보일 수 있지만 국가의 미래를 세운다. K-Politics가 요구하는 탈인물정치는 인물을 낮추는 정치가 아니라 국가를 높이는 정치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인물의 시대를 넘어 국가 로드맵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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