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K-Politics ] ⑤ 완전자유민주주의는 어떤 과정을 요구하는가? — 공민주의(共民主義)의 정치철학과 과정적 민주주의 —
등록 :2026-06-30 조회수 512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본문

민주주의는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정치제도처럼 여겨진다. 국민이 주권을 갖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택하며, 법과 제도에 따라 권력을 제한한다는 원리는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얻어낸 귀중한 성취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곧 완성된 정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선거가 있어도 국가는 분열될 수 있고, 다수결이 있어도 공동체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형식이 아니라, 그 제도를 감당할 수 있는 국민의 의식과 국가운영의 책임 구조이다.
완전한 자유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권이 주어졌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필요하고, 민주에는 성숙한 판단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자기 이익만을 앞세우고, 모든 정당이 자기 진영의 승리만을 추구한다면 민주주의는 쉽게 갈등의 경기장으로 변한다. 다수는 소수를 억누르고, 소수는 다수를 불신하며, 선거는 국민통합의 절차가 아니라 권력투쟁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는 민주주의일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아직 미완의 민주주의이다.
역사는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사람도 유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성숙한 어른이 되듯, 사회체제도 미완성의 보호와 지배 단계에서 성숙기의 조정 단계를 지나 완성기의 자유와 책임으로 나아간다. 전제군주제는 미완성기의 산물이고, 완전한 민주체제는 완성기의 과제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는 반드시 성숙기의 과정체제가 필요하다. K-Politics는 그 과정적 정치원리를 공민주의(共民主義)로 설명한다. 공민주의는 완전자유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임시 장치가 아니라, 그 길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 훈련 질서이다.
공민주의는 단순히 국민이 더 많이 참여하는 정치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권위주의 또는 군주주의가 지닌 지속적 책임성과 민주주의가 지닌 국민주권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조화시키는 제3의 정치원리이다. 민주주의가 선출의 정당성을 갖는다면, 권위의 원리는 장기적 책임과 질서의 연속성을 상기시킨다. 문제는 권위를 독재로 만들지 않고, 민주를 혼란으로 만들지 않는 데 있다. 공민주의는 이 두 요소를 중첩하여 권력의 독점도 막고 책임의 공백도 막는 과정적 권력분권의 원리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이유는 권력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이 성숙하려면 국민도 국가의 장기 방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지도자도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는 공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태도도 문제이고,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모든 국정을 부정하려는 태도도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승패의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승자와 패자가 모두 국가 전체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양미론(兩未論)의 관점에서 보면 권위주의도 미완이고 민주주의도 미완이다. 권위주의는 질서와 지속성을 만들 수 있지만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고,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지만 단기 여론과 진영정치에 흔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절대화가 아니다. 권위의 책임성과 민주의 국민주권을 중립(重立)·중첩(重疊)·중화(重和)하여 시대정신에 맞는 새 가치관의 국가운영 질서로 세우는 일이다. 공민주의는 바로 그 중화의 정치철학이다.
이 원리는 남북통일 문제에서도 중요하다. 남쪽의 민주주의와 북쪽의 권위적 통치 구조는 서로 너무 다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흡수하거나 굴복시키려 한다면 통일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공민주의는 남북의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새롭게 조정하고, 통일국가의 권력투쟁을 막기 위한 과정적 국가원리로 기능한다. 완전한 자유민주주의는 통일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완성품이 아니라, 공존과 책임의 과정을 통과하며 성숙해야 할 역사적 목표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정치문명으로 나아가려면 민주주의를 단순한 선거제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 국민주권과 공적 지도력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공민주의는 이 조화를 위한 과정적 정치철학이며, 완전자유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성숙기의 국가운영 원리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정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감당할 수 있는 국민과 지도자, 그리고 책임 있는 제도를 함께 세우는 일이다. 그때 비로소 자유민주주의는 형식을 넘어 완성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