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K-Politics ] ⑬ 전제군주제는 왜 미완성기의 산물인가? — 보호와 지배의 정치가 남긴 역사적 의미 —
등록 :2026-07-27 조회수 499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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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군주제는 오늘의 민주주의적 기준에서 보면 낡고 위험한 정치체제로 보인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국민은 정치의 주체라기보다 통치의 대상이 되며, 국가의 방향은 군주의 판단과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현대인은 전제군주제를 쉽게 부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역사 전체를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전제군주제는 단순히 잘못된 제도라기보다 인류 사회가 미완성기에 만들어낸 정치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미숙한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초기의 국가운영 방식이었다.
미완성기의 사회는 스스로의 질서를 안정적으로 세우기 어렵다. 외부의 침략, 내부의 혼란, 생존의 불안, 법과 제도의 미비 속에서 사람들은 강한 중심을 필요로 했다. 군주는 공동체의 보호자이자 질서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왕권은 단순한 개인의 욕망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 성숙한 제도와 시민적 책임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시대의 요구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어린아이가 보호와 훈육을 필요로 하듯, 미완성기의 사회도 강한 보호와 지배의 체계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전제군주제의 역사적 의미는 바로 이 보호의 기능에 있다. 왕은 전쟁과 재난 속에서 백성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며, 흩어진 집단을 하나의 국가로 묶는 역할을 했다. 법과 행정이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시대에는 군주의 권위가 곧 국가의 중심축이었다. 이런 점에서 전제군주제는 무질서한 상태보다 한 단계 높은 질서의 형성이었다. 그것은 완성된 정치가 아니었지만, 초기 사회가 생존과 안정의 조건을 마련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보호의 정치가 오래 지속되면 쉽게 지배의 정치로 변한다.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국민을 통제하는 근거가 되고, 질서를 세운다는 이유가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된다. 군주의 판단이 법보다 위에 서고, 권력이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 집중되면 국가의 미래는 국민 전체의 지혜가 아니라 특정 권력자의 의지에 종속된다. 전제군주제의 한계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미완성기의 질서로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성숙한 사회의 정치원리로 지속되기에는 위험하다.
전제군주제가 미완성기의 산물이라는 말은 그것을 무조건 옹호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의 역사적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보자는 뜻이다. 미완성기의 사회에서는 보호와 질서가 필요했지만, 성숙기로 나아가는 사회에서는 자유와 책임, 참여와 조정이 함께 필요하다. 과거의 제도가 담당했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면 역사를 단순한 선악의 문제로만 보게 된다. 반대로 그 제도의 한계를 보지 못하면 낡은 권위로 되돌아가려는 유혹에 빠진다.
오늘의 사회에도 전제군주제의 잔재는 남아 있다. 제도는 민주주의를 갖추었지만, 강한 지도자 한 사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당이 정책보다 인물에 의존하고, 국민이 제도보다 카리스마에 기대며, 지도자가 공적 책임보다 권력의 집중을 추구할 때 민주주의 안에서도 전제적 습관은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전제군주제는 과거의 역사만이 아니다. 그것은 미성숙한 정치의 형태로 오늘의 민주사회 안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다.
양미론(兩未論)의 관점에서 보면 전제군주제도 완전한 악으로만 볼 수 없고, 오늘의 민주주의도 형식만으로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전제군주제는 보호와 질서의 기능을 가졌지만 자유와 국민주권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제도화했지만 책임과 성숙이 부족하면 분열과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체제를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역사적 의미와 미완성을 바르게 읽는 일이다. 그래야 권위의 책임성과 민주의 국민주권을 더 높은 질서 안에서 조화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정치문명으로 나아가려면 전제군주제의 역사적 의미를 냉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미완성기 사회가 만들어낸 보호와 지배의 정치였고, 인류가 질서를 배우는 초기 단계의 체제였다. 그러나 21세기의 국가는 더 이상 지배의 질서에 머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보호의 기능을 책임으로 전환하고, 권위의 장점을 독점이 아니라 공적 소명으로 재구성하며, 국민주권과 조화시키는 성숙기의 정치질서이다. 전제군주제의 시대를 넘어서되 그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공존체제와 완전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더 분명히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