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연재|K-Politics ] ④자유와 평등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 공존정치가 세우는 두 축의 질서 —

등록 :2026-06-25    조회수 440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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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은 근대 정치가 가장 오래 붙들어온 두 가치이다. 자유는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의 조건이며, 평등은 누구도 부당하게 배제되거나 억압받지 않아야 한다는 공동체의 기준이다. 두 가치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있어야 온전하다. 자유 없는 평등은 획일화로 흐르기 쉽고, 평등 없는 자유는 강자의 자유만 남기 쉽다. 정치가 성숙하려면 자유와 평등 중 어느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 가치를 함께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자유는 개인의 해방과 자율을 이끌었다. 인간은 국가나 권력, 신분과 관습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했다. 자유는 창의와 도전, 시장의 활력과 사상의 다양성을 낳았다. 그러나 자유가 책임과 공동체의식 없이 작동하면 경쟁은 약탈이 되고, 능력의 차이는 삶의 격차로 굳어진다. 모두에게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출발선과 조건이 다른 사회에서 자유는 쉽게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말로 변할 수 있다.

 

반대로 평등은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 평등은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가 구성원의 기본적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원리를 세웠다. 그러나 평등이 자유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하면 개인의 창의와 자율은 위축되고, 국가는 삶의 모든 영역을 관리하려 한다. 결과의 평등만을 앞세우면 책임과 노력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고, 공동체는 활력을 잃을 수 있다. 평등 역시 자유와 연결되지 않으면 완전하지 않다.

 

그러므로 자유와 평등은 서로를 이겨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야 할 두 축이다. 자유는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고, 평등은 그 힘이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바로잡는 질서이다. 자유는 개체의 생명력을 살리고, 평등은 전체의 균형을 세운다. 자유가 없다면 공동체는 멈추고, 평등이 없다면 공동체는 찢어진다. 좋은 정치는 이 둘 중 하나를 절대화하지 않고,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화시키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K-Politics가 말하는 공존주의(共存主義)는 바로 이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정치의 기본 원리로 세우려는 사상이다. 공존주의는 자유주의와 평등주의를 단순히 절충하는 중간정치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의 장점과 평등의 장점을 함께 살리되, 각각의 한계가 공동체를 해치지 않도록 더 높은 질서 안에서 배치하는 정치철학이다. 자유가 평등을 무시하지 않고, 평등이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상태, 이것이 공존정치가 지향하는 기본 질서이다.

 

양미론(兩未論)의 관점에서 보면 자유주의도 미완이고 평등주의도 미완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책임과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공동체적 보호를 놓칠 수 있고, 평등주의는 사회적 약자와 분배의 정의를 강조하지만 개인의 자율과 차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완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가치가 각자의 미완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보완할 때, 정치는 대립에서 벗어나 성숙의 단계로 나아간다. 자유와 평등은 분리될 때 싸우지만, 공존할 때 국가를 세운다.

 

이 문제는 국내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의 체제 차이도 결국 자유와 평등의 극단적 분리와 연결되어 있다. 남쪽은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북쪽은 평등과 집단의 가치를 앞세워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전한 사회체제를 만들 수 없다. 흡수통일은 자유의 우월만을 주장할 위험이 있고, 적화통일은 평등의 이름으로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있다. 공존통일은 이 둘의 장점과 한계를 함께 보고, 더 높은 체제 질서 안에서 새롭게 조화시키려는 길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정치문명으로 나아가려면 자유와 평등의 낡은 대립을 넘어야 한다. 자유를 말하는 사람은 공동체의 책임을 함께 말해야 하고, 평등을 말하는 사람은 개인의 자유를 함께 존중해야 한다. 공존정치는 이 두 가치를 동시에 세우는 정치이며,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의 가장 기초적인 사유이다. 자유와 평등이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함께 설 때, 정치는 진영의 언어를 넘어 국가의 언어가 된다. 이것이 K-Politics가 공존주의를 새 정치문명의 중심에 두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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