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K-Politics ] ⑲ 창조적 성장론은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 미완에서 완성으로 가는 역사 이해의 새 틀
등록 :2026-08-17 조회수 193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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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길도 달라진다. 역사를 단순한 권력투쟁의 반복으로 보면 정치는 언제나 싸움의 기술이 된다. 역사를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로만 보면 사회는 생산과 분배의 전쟁터가 된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가 단지 충돌하고 반복하는 존재만은 아니다. 인간은 미숙함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찾고, 사회는 혼란 속에서도 더 높은 질서를 향해 움직인다. 창조적 성장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관점이다.
창조적 성장론은 인간과 사회를 처음부터 완성된 존재로 보지 않는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인격이 아니라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미완의 존재이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제도를 갖고 출발하지 않는다. 갈등과 시행착오, 지배와 저항, 보호와 자립, 대립과 조정을 거치며 조금씩 성숙해진다. 미완은 단순한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며, 성장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창조적 성장론은 역사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단순한 자동진보론이 아니다. 미완에서 성숙으로, 성숙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존재하지만, 그 방향은 인간의 책임과 선택, 제도의 설계와 가치관의 전환을 통해 실현된다.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면 사회는 성장하지 못하고 같은 갈등을 되풀이한다. 그러므로 역사에는 방향이 있지만, 그 방향은 방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창조적 성장은 미완을 인정하고, 그 미완을 더 높은 질서로 이끌려는 의식적 노력 속에서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치제도의 역사도 다르게 읽힌다. 전제군주제는 단순히 악한 지배의 역사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미완성기의 사회가 질서와 보호를 필요로 했던 단계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 질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사회가 성숙하면 국민의 자유와 참여, 책임과 자율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미완성기의 지배 질서에서 곧바로 완성된 민주체제로 뛰어갈 수도 없다.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가치가 조정되고 성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존체제는 바로 그 과정의 사회질서이다.
창조적 성장론은 양미론(兩未論)과도 깊이 연결된다. 어떤 사상이나 제도가 완전히 틀렸다고만 보면 역사에는 버릴 것만 남는다. 반대로 어떤 사상이나 제도를 완전하다고 보면 더 이상의 성장은 막힌다. 양미론은 둘 다 틀렸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부족하다고 본다. 자유주의도 미완이고 평등주의도 미완이며, 자본주의도 미완이고 사회주의도 미완이다. 민주주의도 형식만으로는 아직 미완이다. 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장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창조적 성장론에서 중요한 것은 대립하는 가치들을 제거하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 이끄는 일이다. 자유는 평등을 통해 책임을 배우고, 평등은 자유를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 시장은 계획을 통해 공공성을 배우고, 계획은 시장을 통해 현장의 활력을 얻는다. 권위는 민주를 통해 독점을 벗어나고, 민주주의는 권위의 책임성을 통해 장기적 국가운영의 무게를 배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가치는 서로를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서로를 통해 성숙해야 할 미완의 요소들이다.
중립(重立)·중첩(重疊)·중화(重和)는 창조적 성장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립은 서로 다른 가치를 함께 세우는 일이고, 중첩은 그 가치들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겹쳐지는지 보는 일이며, 중화는 그것들을 더 높은 조화의 질서로 이끄는 일이다. 이 과정이 없으면 사회는 한쪽의 승리와 다른 한쪽의 패배만을 반복한다. 그러나 중립·중첩·중화의 사유가 작동하면 대립은 파괴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 된다. 이것이 창조적 성장론이 정치와 사회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대한민국이 새 정치문명으로 나아가려면 역사를 단순한 반복이나 투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역사는 미완에서 성숙으로, 성숙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창조적 성장의 과정이다. 이 관점이 있을 때 전제군주제와 민주체제,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남과 북의 관계도 더 넓은 방향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K-Politics가 제시하는 공존체제는 바로 이 성장의 역사관 위에 서 있다. 미완을 부정하지 않고, 미완에 머물지도 않으며, 미완을 완성으로 이끄는 길. 그것이 창조적 성장론이 정치와 사회에 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