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한국의 부동산 정책과 코브라 효과

등록 :2026-07-30    조회수 142

수필가,칼럼리스트 정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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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리스트 정갑수

 

 

정책은 의도를 품고 태어나지만, 현실 속에서는 종종 낯선 얼굴로 되돌아온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코브라 효과’라 부른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코브라를 줄이기 위해 포상금을 내걸자, 사람들은 코브라를 잡는 대신 키우기 시작했고, 정책이 폐지되자 오히려 더 많은 코브라가 풀려났다는 이야기다. 선의의 설계가 역설적 재앙으로 귀결되는 순간이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돌아보면, 이 오래된 우화는 낯설지 않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수차례 반복된 규제와 완화의 진자 운동은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불안정성을 키워왔다.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 정책은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버티기’를 강화했고, 임대차 3법은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을 가속화했다. 공급을 억제한 채 수요만 압박하는 정책은 결국 가격이라는 풍선의 다른 쪽을 부풀렸을 뿐이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설계의 깊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기대와 심리가 응축된 거대한 생태계다. 세금, 금리, 공급, 인구 구조, 심지어 정치적 신호까지 얽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하나의 레버’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마치 코브라 한 마리를 잡으면 도시가 안전해질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의도된 효과’보다 ‘유도된 반응’을 충분히 계산하지 못했다. 시장은 규제를 피해 흐르고, 사람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더 영리해진다. 다니엘 카너먼이 말했듯,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다. 집을 팔아 세금을 줄이기보다, 버티며 미래의 상승을 기대하는 선택이 반복되는 이유다. 정책이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순간, 코브라는 다시 꿈틀거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답은 단순하지만 실행은 어렵다. 첫째,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셋째, 규제와 완화의 극단을 오가는 대신,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정책은 ‘놀라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축적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잘못된 정책은 숫자를 흔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한 세대의 선택과 희망을 뒤틀어 놓는다. 코브라 효과는 과거의 우화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설계한 제도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코브라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코브라를 없애려는 것일까, 아니면 코브라와 함께 사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일까.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국민에게도 대책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고 규제만을 계속 반복한다면 정부는 신뢰를 잃고 국민의 불편과 불만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