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연재|K-Politics ] ⑫ 왜 21세기는 공존체제를 요구하는가? — 미완성기에서 완성기로 가는 성숙기의 사회질서 —

등록 :2026-07-21    조회수 500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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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풍요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이다. 과학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고, 세계는 이전보다 훨씬 촘촘하게 연결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반드시 더 평화로워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유를 말하는 사회 안에서도 불평등은 깊어지고, 평등을 말하는 사회 안에서도 개인의 자유는 흔들린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정치적 적대는 커지고, 시장의 효율을 말하지만 공동체의 균형은 약해진다. 오늘의 세계는 발전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시대이다.

 

이 시대의 위기는 어느 한 이념의 실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창의성을 확대했지만 공동체적 책임을 충분히 세우지 못했다. 평등주의는 약자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강조했지만 개인의 자율과 차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때가 있었다. 자본주의는 생산력과 시장의 활력을 키웠지만 양극화와 인간소외를 낳았다. 사회주의는 공동체적 분배를 말했지만 권력집중과 비효율의 문제를 드러냈다. 문제는 한쪽이 완전히 옳고 다른 한쪽이 완전히 틀렸다는 데 있지 않다. 모두가 미완이라는 데 있다.

 

21세기가 공존체제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존체제는 서로 다른 가치와 제도를 적당히 섞어 놓은 절충안이 아니다. 그것은 미완성기에서 완성기로 가는 성숙기의 사회질서이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보호만으로 살 수 없고, 그렇다고 곧바로 완전한 성인의 책임을 감당할 수도 없듯이, 사회체제 역시 지배의 질서에서 곧바로 완성된 자유민주체제로 뛰어갈 수 없다.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을 멈추고 조화의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존체제는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이다. 그것은 자유와 평등을 함께 세우고, 개인과 공동체를 함께 살리며, 시장의 창의성과 공적 계획의 책임을 함께 배치하려는 질서이다. 권위는 독재가 되지 않아야 하고, 민주주의는 무책임한 갈등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해서도 안 되지만, 국민의 삶을 아무 기준 없이 방치해서도 안 된다. 공존체제는 한쪽의 절대화를 막고, 서로 다른 원리가 각자의 자리를 갖도록 만드는 성숙기의 국가운영 원리이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도 공존체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선거가 있어도 국민은 갈라지고, 표현의 자유가 있어도 공론장은 증오와 조롱으로 오염된다. 다수결은 필요하지만 다수의 힘만으로는 공동체를 완성할 수 없다. 소수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고, 장기적 국가 방향도 지켜져야 한다. 민주주의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로 성숙하려면 국민주권과 공적 책임, 참여와 질서, 비판과 통합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공존체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완성되기 위해 거쳐야 할 성숙의 질서이다.

 

경제 영역에서도 공존체제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시장만으로는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기 어렵고, 계획만으로는 사회의 창의성과 활력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복지는 필요하지만 재정만으로 지속되기 어렵고, 성장은 필요하지만 성장만으로 국민통합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21세기의 경제는 경쟁과 보호, 효율과 공공성, 생산과 분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공영경제(共營經濟, Co-nomics)는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함께 경영하려는 과정적 경제질서로 이해될 수 있다.

 

공존체제는 남북통일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권위적 체제는 오랫동안 서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흡수통일이나 적화통일처럼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방식은 새로운 갈등을 낳을 수 있다. 통일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체제와 역사와 기억을 더 높은 질서 안에서 다시 세우는 문제이다. 공존체제는 남과 북이 곧바로 하나의 완성체제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공존의 과정을 통해 통일국가의 성숙을 준비하게 한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은 더 강한 대립이 아니라 더 높은 조화이다. 자유와 평등, 시장과 계획, 권위와 민주, 남과 북, 국가와 세계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함께 설 수 있는 질서가 필요하다. 공존체제는 미완성기의 지배 질서로 돌아가자는 말도 아니고, 완전민주체제를 포기하자는 말도 아니다. 그것은 완성을 향해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성숙기의 사회질서이다. K-Politics가 공존체제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공존체제를 통해 국민통합과 경제개혁, 통일국가와 세계평화의 길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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