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연재|K-Politics ] ⑧ 국민통합은 어떻게 공존의 질서가 되는가? —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존의 통합철학 —  

등록 :2026-07-08    조회수 442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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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은 모든 정부가 말해 온 오래된 과제이다. 선거가 끝나면 통합을 말하고, 사회 갈등이 커지면 다시 통합을 외친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고 해서 실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은 단순히 서로 싸우지 말자는 당부가 아니며, 잠시 갈등을 덮어두자는 정치적 구호도 아니다. 국민통합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 지역과 세대, 계층과 이념을 더 높은 공익의 질서 안에서 함께 세우는 일이다.

 

한국사회가 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차이는 있다. 문제는 그 차이를 대립과 적대의 언어로만 해석하는 데 있다. 보수와 진보, 수도권과 지방, 청년과 기성세대, 부유층과 서민, 남과 북의 차이는 현실의 조건이다. 그러나 그 차이를 서로 보완할 미완의 요소로 보지 않고, 상대를 없애야 할 결함으로 보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통합의 실패는 차이의 존재보다 차이를 다루는 사유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국민통합은 획일화가 아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향만 바라보며, 같은 목소리만 내는 사회는 통합된 사회가 아니라 생명력을 잃은 사회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다양한 의견과 역할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개인의 목소리도 필요하고, 공동체 전체의 책임도 필요하다. 지역의 고유성도 살아야 하고, 국가 전체의 방향도 세워져야 한다. 통합은 차이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차이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공존의 질서로 묶는 일이다.

 

K-Politics가 말하는 공존의 통합철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존은 단순한 병존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자리를 인정받으면서도 공동의 방향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질서이다. 공존 없는 통합은 강제적 동원으로 흐르고, 통합 없는 공존은 느슨한 분열로 끝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되, 그 다양성이 국가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힘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이다. 공존은 통합의 방법이고, 통합은 공존의 열매이다.

양미론(兩未論)의 관점에서 보면 통합을 방해하는 양쪽 모두 미완이다. 보수도 미완이고 진보도 미완이며, 수도권도 미완이고 지방도 미완이다. 청년의 요구도 절대적으로 완전하지 않고, 기성세대의 경험도 절대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어느 한쪽만이 국가의 답을 독점할 수 없다. 각자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를 적이 아니라 보완의 상대로 볼 수 있다. 국민통합은 이 미완의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더 높은 공동체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국민통합에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제도보다 먼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대를 설득할 수 없는 적으로 보는 마음, 내 편의 잘못은 덮고 상대의 잘못만 확대하는 습관, 국가의 문제를 진영의 유불리로만 계산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오래가지 못한다. 통합은 법률 조항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의 마음 안에서 먼저 시작되고, 정치의 언어 안에서 훈련되며, 정책과 제도 속에서 구체화된다. 그래서 국민통합은 정치개혁이면서 동시에 의식개혁이다.

 

국민통합은 남북통일의 전제이기도 하다. 남쪽 안에서 보수와 진보, 동과 서, 세대와 계층이 서로를 품지 못한다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체제를 조화시키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남남통합 없는 남북통일은 새로운 분열을 낳을 수 있다. 통일은 단순히 휴전선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와 체제와 기억을 공존의 질서 안에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내부의 국민통합은 통일국가를 준비하는 첫 번째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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