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연재|K-Politics ] [제25편] 왜 통일준비헌법 개헌이 필요한가? — 분단국가에서 공존통일국가로 가는 헌정 설계 —  

등록 :2026-09-07    조회수 401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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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구호만으로 오지 않는다. 마음속 소원만으로도 오지 않는다. 통일은 국가와 국가, 체제와 체제, 국민과 국민이 새 질서 안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통일은 반드시 헌법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가장 깊은 약속이다. 국가가 누구를 국민으로 보고, 어떤 영토와 질서를 지향하며,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세우고 제한할 것인지를 정하는 기본 틀이다. 통일을 말하면서 헌법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집을 짓겠다고 하면서 설계도를 그리지 않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통일을 말해 왔다. 그러나 통일의 말은 자주 감정의 언어에 머물렀다. 우리는 통일을 염원한다고 말했지만, 통일국가가 실제로 어떤 헌정질서 위에 서야 하는지는 충분히 묻지 않았다. 남북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휴전선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법, 제도, 경제, 군사, 행정, 교육, 국민의식이 하나의 국가질서 안에서 다시 배치되는 일이다. 이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지 않으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혼란이 될 수 있다.

 

분단국가의 헌법과 통일국가를 준비하는 헌법은 같을 수 없다. 분단국가의 헌정질서는 대체로 분단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둔다. 안보를 지키고, 체제의 정당성을 확인하며, 통일의 원칙을 선언한다. 이것도 필요했다. 그러나 공존통일국가로 가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 헌법은 분단을 버티는 틀을 넘어 통일을 준비하는 틀이 되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적대와 부정의 언어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공존과 전환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가 헌정질서 안에서 새롭게 정리되어야 한다.

 

통일준비헌법 개헌은 북한 체제를 그대로 인정해 모든 문제를 덮자는 뜻이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가치를 포기하자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통일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북한이라는 정치적 실체와 남북의 체제 차이를 헌법적 설계 안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상대를 없애야만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통일은 승패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상대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높은 질서로 전환시키려 하면 통일은 성장의 과정이 된다. 공존통일은 바로 그 과정의 이름이다.

 

통일준비헌법은 통일의 단계를 제도적으로 상상하게 해야 한다. 남과 북이 곧바로 하나의 체제, 하나의 국가로 합쳐지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큰 충돌을 낳을 수 있다. 공존체제연합통일은 2체제 2국가에서 1체제 2국가를 거쳐 1체제 1국가로 나아가는 발전적 과정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가능하려면 헌법은 단순한 통일 선언을 넘어, 남북의 관계 설정, 권력구조, 국민통합, 경제통합, 안보와 외교의 방향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통일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구조의 문제는 통일준비헌법에서 피할 수 없는 핵심이다. 통일국가가 되었을 때 남과 북의 정치세력은 어떤 방식으로 함께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 남쪽의 제도만을 그대로 확대하면 북쪽은 흡수의 불안을 느낄 수 있고, 북쪽의 권력구조를 그대로 인정하면 자유와 국민주권의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국가는 권력독점도 막고 무책임한 혼란도 막는 새로운 국가운영 구조를 필요로 한다. 대한공민주의와 삼원집정부제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해진다.

 

통일준비헌법 개헌은 남북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남쪽 내부의 정치개혁과도 연결된다. 남남통합을 이루지 못한 사회가 남북통일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진영정치, 승자독식, 제왕적 대통령제, 단기 정권정치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통일 이후의 국가는 더 큰 권력투쟁에 빠질 수 있다. 통일을 준비한다는 것은 북한만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가 통일국가를 감당할 만큼 성숙한 구조로 바뀌는 일이기도 하다. 헌법 개헌은 그래서 통일정책이면서 동시에 국가개혁이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진정으로 준비하려면 통일을 감정의 언어에서 헌정의 언어로 옮겨야 한다. 통일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지, 어떤 단계로 통합할 것인지, 어떤 권력구조로 갈등을 조정할 것인지, 어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가치관 아래 새 국가를 세울 것인지를 헌법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K-Politics가 통일준비헌법 개헌을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일은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준비해야 할 국가의 다음 질서이다. 헌법이 통일을 준비할 때, 분단국가는 비로소 공존통일국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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