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가 어떤 자리냐가 문제다

등록 :2026-09-04    조회수 136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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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런데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자신이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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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두 자리를 한 사람이 가져도 되는가’가 아니다. 그 두 자리가 도대체 어떤 자리인가. 26년 전인 2000년 9월 20일, 김대중 대통령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당시 새천년민주당 김한길 의원을 후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김한길은 제16대 국회 전국구 의원, 지금의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그는 장관에 임명되자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이유는 간명했다. “국무위원직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사퇴로 민주당 전국구 후순위인 김화중 대한간호협회장이 의원직을 승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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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을 흔히 말하는 ‘기득권 정치인’의 전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서른여섯의 젊은 정치인이자 소수정당 출신이다. 거대 정당의 조직과 자원을 등에 업은 정치인과 처지도 다르다. 용혜인은 21대 국회에서 39건, 22대 국회에서 77건 등 모두 11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입법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재선하며 보여준 성실한 의정활동과 또렷한 자기 목소리 역시 평가할 만하다. 작은 정당을 이끌며 자신의 정책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것도 우리 정치에 필요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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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 수십억 원의 재산, 여기에 막강한 권력까지 거머쥔 저들을 놔둔 채 상대적으로 젊고 재산도 적은 용혜인만 손가락질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만만한 사람 하나 골라 돌을 던지는 정치와 언론이라면 그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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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함에도 이것은 안 된다. 사람에 대한 평가와 제도의 원칙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용혜인이 가진 의석은 비례대표다. 지역구처럼 특정 지역 유권자가 한 개인을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당에 던진 표를 의석으로 환산하고 정당의 명부에 따라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의원이 사퇴하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후순위 후보자가 승계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정치인 개인의 소유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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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직이다. 정부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며 행정조직을 지휘한다. 국회의원은 법률과 예산을 심의하고 바로 그 행정부를 감시한다. 하나는 행정을 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그 행정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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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일반적인 의원 겸직보다 한 걸음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정당투표로 얻은 비례대표 의석을 유지한 채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장관까지 맡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적 가능성과 정치적 타당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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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례도 있다. 2016년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한 강은희 역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처음에는 의원직을 유지했으나 논란 끝에 사퇴했다. 2000년 김한길 역시 전국구 의원직을 내려놓고 장관직을 택했다. 두 사람 모두 비례 의석을 후순위 후보에게 돌려주고 행정부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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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용혜인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 용혜인은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따라서 용혜인이 의원직을 사퇴하더라도 기본소득당의 후순위 후보가 그 자리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다. 비례대표 의석은 당시 더불어민주연합의 후순위 후보에게 승계되고, 결과적으로 기본소득당은 국회의원을 한 명도 갖지 못한 원외정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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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개인에게는 의원직 하나를 내려놓는 일이지만, 기본소득당으로서는 국회 안의 유일한 의석을 잃는 일이다. 그가 의원직 유지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용혜인이 떠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소수정당의 대표에게는 뼈아픈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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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도 기본소득당의 존립 문제는 기본소득당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원외정당이 된다면 더 좋은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해 다시 의석을 얻어야 한다. 현행 연합정당이나 비례대표 승계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법을 고칠 일이다. 정당의 어려움을 한 정치인의 겸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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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용혜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가 건강했다면 의원직을 내려놓고 장관으로서 자신의 정책을 행정으로 증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성공한다면 그것은 자신뿐 아니라 기본소득당에도 더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용혜인이 두 자리를 탐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두 자리의 숫자가 아니라 성격이 달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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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당투표로 얻은 비례대표 의석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직 장관은 출발점도, 역할도, 책임도 다르다. 장관이 되겠다면 장관으로 가서 최선을 다하시라.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당대로 국민 속에서 길을 찾으시라.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 자리가 어떤 자리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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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인천대 초빙교수 간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