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K-Politics ] [제29편] 선거제도는 어떻게 책임정치를 세우는가? — 새 가치관 단일정당과 상원·중원·하원 역할선출 구조 —
등록 :2026-09-21 조회수 339
『K-Politics』의 저자 권추호 박사
본문

선거는 본래 국민의 뜻을 국가의 책임으로 바꾸는 제도이다. 그러나 오늘의 선거는 너무 자주 진영의 전쟁으로 변질된다. 국민은 국가의 미래를 두고 선택하기보다 서로 다른 정당의 깃발 아래 편을 갈라 싸우고, 정당은 공익을 설계하기보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에 몰두한다. 선거가 끝나도 통합은 오지 않고, 승자는 독점하려 하고 패자는 부정하려 든다. 이렇게 되면 선거는 책임정치를 세우는 장치가 아니라 분열정치를 재생산하는 장치가 된다. 그러므로 선거제도를 다시 묻는다는 것은 단순히 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어떤 원리로 운영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당 구조에 있다. 지금까지의 정당정치는 서로 다른 이념과 진영이 각각의 당을 만들고, 그 당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방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이 구조에서는 선거가 국가의 미래를 묻기보다 어느 편이 이길 것인지를 묻는 게임으로 축소되기 쉽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가는 하나인데 정치는 둘, 셋, 넷으로 갈라진 채 끊임없이 충돌한다. 그 결과 국회는 공익의 숙의장이 아니라 당파의 전쟁터가 되고, 정권교체는 정책의 계승이 아니라 상대 흔적 지우기로 이어진다. 결국 진영정당 체제 아래에서는 대표성은 있을지 몰라도 책임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K-Politics가 말하는 선거제도는 이 출발점부터 다르다. 여기서 핵심은 여러 정당의 경쟁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맞는 새 가치관 정당을 중심으로 국가운영의 틀을 세우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국가는 서로 적대하는 복수의 진영정당이 쪼개어 운영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존주의·공생주의·공영경제·공민주의라는 공적 가치 위에 세워진 하나의 새 가치관 정당이 책임을 감당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획일적 독재정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영 대립을 넘어서, 국민 전체의 공익과 국가의 장기 방향을 함께 책임지는 공적 정치공동체를 말한다.
이때 선거의 의미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선거는 더 이상 “어느 당이 이길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 아니다. 대신 “누가 어떤 책임을 맡을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 된다. 즉 국민은 서로 적대하는 정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새 가치관 정당 안에서 누가 상원의 책임을 맡을 사람인가, 누가 중원의 책임을 맡을 사람인가, 누가 하원의 책임을 맡을 사람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상원은 국가의 장기 방향과 헌정 안정, 통일 준비와 같은 큰 틀의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중원은 정책의 조정과 전문적 심의, 사회 각 영역의 균형을 맡는 자리이며, 하원은 국민의 생활 현실과 직접적인 민의를 가장 생생하게 반영하는 자리이다. 선거는 곧 사람을 뽑는 일이면서 동시에 역할을 배정하는 일이 된다.
이 구조의 장점은 대표성과 책임성을 함께 세울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원은 국민의 폭넓은 뜻을 받들고, 중원은 그 뜻을 정책적으로 다듬으며, 상원은 그것이 국가의 장기 방향과 통일국가의 틀에 맞는지를 살핀다. 이렇게 되면 민의는 살아 있으면서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국가의 장기 과제는 유지되면서도 국민의 현실과 분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원·중원·하원이 서로 적대하는 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새 가치관 정당 안에서 각기 다른 책임을 맡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구조에서는 경쟁이 있더라도 그것은 파괴적 경쟁이 아니라 더 높은 책임을 위한 경쟁이 된다.
오늘의 선거가 전쟁처럼 보이는 이유는 상대를 꺾어야 내가 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가치관 정당 안의 상원·중원·하원 선출 구조에서는 상대를 제거할 이유가 줄어든다. 누가 상원에 가든, 누가 중원에 가든, 누가 하원에 가든 모두 하나의 국가 방향 안에서 서로 다른 책임을 맡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 집권을 위한 집권, 정권교체를 위한 정권교체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 국민도 어느 편에 줄 설 것인가보다, 누가 더 높은 식견으로 국가 장기전략을 맡을 수 있는지, 누가 더 전문적으로 정책을 심의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충실히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선거의 수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통일국가 준비와도 직결된다. 분단국가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남과 북의 차이를 외부의 적대만으로 생각하고, 내부의 정치구조는 여전히 진영 전쟁에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남쪽 내부가 계속 여야 대결과 승자독식에 갇혀 있다면, 통일 이후 더 큰 규모의 권력투쟁은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새 가치관 정당을 중심으로 상원·중원·하원의 역할 정치가 자리 잡으면, 우리는 이미 통일국가의 숙의 구조와 책임 구조를 미리 연습하게 된다. 선거가 적대의 기술이 아니라 책임 배분의 기술이 될 때, 비로소 통일국가를 감당할 정치문화가 자라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새 단계로 나아가려면 선거를 바라보는 눈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거는 더 이상 진영의 승패를 겨루는 결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이 국가의 책임자를 배치하는 엄숙한 공적 절차가 되어야 한다. 새 가치관 정당 아래에서 상원·중원·하원을 선출하는 구조는 바로 그 책임정치의 제도적 표현이다. 국민은 이 구조 안에서 국가의 장기 방향, 정책의 전문성, 생활정치의 민의를 함께 선택하게 된다. K-Politics가 지향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선거는 누구 편이 이기느냐를 묻는 싸움이 아니라, 누가 어느 자리에서 국가를 책임질 수 있느냐를 묻는 질서가 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분열의 기술을 넘어 공존의 정치문명으로 성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