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정조의 효심 따라 걷는 세계유산… 화성 융건릉 숲길 30일까지 한시 개방 200년 지켜온 천연기념물 개비자나무까지…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화성의 품격

등록 :2026-06-22    조회수 225

총괄본부장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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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41a2-6a38fb6865949-18bc81a1d1c3c8624ca7f833e8f1f9785db2f11a.jpg 융건릉 숲길의 모습

 

화성특례시가 초여름 나들이 명소로 세계유산 화성 융릉과 건릉(융건릉)을 추천했다. 신록이 짙어지는 6월,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과 천연기념물 개비자나무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사적으로 지정된 화성 융건릉은 조선왕조의 역사와 정조대왕의 효심이 오롯이 담긴 대표 문화유산이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으로 등재되며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융건릉은 추존 장조의황제(사도세자)와 헌경의황후 홍씨를 모신 융릉, 그리고 조선 제22대 정조선황제와 효의선황후 김씨를 모신 건릉으로 구성된다.

 

특히 융릉은 1789년 양주 배봉산에 있던 능을 현재의 화성 안녕동으로 옮겨 조성한 현륭원의 역사를 품고 있다. 단순한 능 이전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정조의 깊은 그리움과 정치적·철학적 결단이 담긴 공간으로 평가된다. 왕권과 인간적 정서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장소는 오늘날에도 조선 왕실의 효 사상을 상징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 공간을 더욱 가까이 체험할 수 있도록 화성특례시는 오는 30일까지 ‘융릉~건릉 숲길’을 한시 개방한다.

 

이 숲길은 사도세자가 잠든 융릉과 정조가 잠든 건릉을 연결하는 흙길로 조성돼 있다. 키 큰 소나무와 참나무가 만든 짙은 그늘 아래에서 걷다 보면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평탄하게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며 유모차 대여도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호응도 높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길은 융릉, 왼쪽 길은 건릉으로 이어진다. 한 길 위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을 함께 마주하는 경험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솔숲을 지나며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은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게 한다.

 

이번 개방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추진하는 ‘세계유산 조선왕릉 숲길 개방’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다. 자연 속에서 국가유산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 향유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융릉 재실 안마당에는 또 하나의 시간이 서 있다. 천연기념물 ‘화성 융릉 개비자나무’다.

 

200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높이 4m, 줄기 둘레 80c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개비자나무로 알려져 있다. 보통 3m를 넘지 않는 수종임에도 밑동에서 세 갈래로 갈라져 자라 독특한 수형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는 재실 조성과 함께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조가 사도세자를 위해 능을 조성하던 시절부터 약 200년 넘는 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견뎌온 셈이다.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생장을 이어가는 개비자나무의 생명력은 오랜 시간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책임을 품고 살아간 정조의 내면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세계유산 융건릉과 이를 지켜온 천연기념물 개비자나무는 화성이 가진 최고의 보물이자 자랑”이라며 “문화와 자연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품격 있는 역사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융건릉은 단순히 왕릉을 보존한 공간이 아니다. 권력의 역사보다 기억의 역사, 정치의 기록보다 인간의 마음을 남긴 장소다. 정조가 남긴 효와 책임의 이야기가 오늘날 숲길과 한 그루의 나무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순간,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성찰하게 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