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예천군-군의회 엇박자에 도비 20억 반납…‘작은정원’ 사업 무산 2025~2026년 2년간 총 40억 투입 계획…주민 의견수렴 없이 공모, 중복투자·환경오염 주장도 근거 불분명

등록 :2026-08-11    조회수 398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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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이 도비 20억 원을 확보한 ‘경북형 작은정원(클라인가르텐) 조성사업’을 군비 부담분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간 추진할 예정이었던 총 40억 원 규모의 사업이 집행부와 군의회의 소통 실패로 무산된 것이다.

 

예천군이 경북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사업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군은 효자면 고항리 곤충생태원 내부 1만3천133㎡에 모듈하우스 10동과 카라반 10대, 웰컴센터, 개별 텃밭,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총사업비는 도비 20억 원과 군비 20억 원이다. 군은 2025년 추경에 군비 10억 원을 편성해 사업에 착수하고, 2026년 본예산에서 나머지 군비 10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25년 추경 심사에서 군비 매칭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예천군은 같은 해 11월 7일 경북도에 사업 포기의사를 제출했다. 공문에 적힌 공식 포기사유는 ‘매칭사업비 미확보’였다.

 

군의회 “사업 반대”…집행부 “입지 문제로 이해”

 

군의회 회의록을 보면 공모 신청 전 협의 내용을 놓고 집행부와 군의회의 주장이 엇갈린다.

 

A 의원은 공모 신청 전 의원간담회에서 군의원들이 사업 자체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공모사업을 신청한다고 할 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선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K 기획예산실장은 “시설 자체를 반대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곤충생태원 내 입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군의회의 반대가 사업 자체에 대한 것인지, 위치 변경을 요구한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천군이 공모를 신청한 셈이다. 결국 도비가 교부된 이후 군비 확보를 위해 군의회를 다시 설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민 의견수렴 없이 40억 사업 추진

 

사업 신청 전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L의원이 고항리 주민들의 산사태 우려를 전하며 주민 의견을 들어봤느냐고 묻자 하 실장은 “주민들하고는 접촉을 못했다”고 답했다.

 

숙박시설과 텃밭, 상하수도 시설 등이 들어서는 2년짜리 4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설명회나 공식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군의회는 곤충생태원 환경오염과 산사태 위험도 제기했다. J의원은 “주택과 식당이 들어오면 환경오염을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청정지역인 곤충생태원에 체류시설을 조성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와 회의록에서는 예상 오수량과 처리방식, 산사태 위험도 등 구체적인 조사자료를 찾기 어렵다. 집행부가 환경·재해 검토 없이 사업을 신청했다는 비판과 함께, 군의회 역시 전문적인 자료보다 우려와 추정에 근거해 예산을 판단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캠핑장과 중복성·민간위탁도 쟁점

 

군의회는 인근 백석리 사과테마파크 오토캠핑장과의 중복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기존 시설은 22개 사이트를 갖춘 오토캠핑장이다. 반면 작은정원은 모듈하우스와 카라반, 텃밭을 결합해 생활인구와 귀농·귀촌, 워케이션 수요를 유치하는 체류형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다.

 

두 사업의 실질적인 중복 여부를 판단하려면 기존 캠핑장의 이용객과 가동률, 수입·지출 등을 비교해야 하지만 회의록에서는 관련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민간위탁도 주요 반대 사유였다. 최 의원은 시설을 조성한 뒤 민간에 위탁하면 특정 운영자만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초기 전문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기고 이후 주민단체나 마을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다. 기존 사과테마파크 운영 협동조합도 참여단체로 언급됐다. 다만 공개모집을 통한 민간위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특정 단체에 운영권을 주기로 확정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수익성 검토도 충분했나

 

예천군은 작은정원 운영을 통해 연간 약 1억8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주민 3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건비와 시설유지비, 공공요금, 청소비 등을 반영한 구체적인 손익분석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카라반 평균가동률을 30%로 산정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군의회의 재정부담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도비 20억 원을 반납하기 전에 사업 규모 축소나 위치 변경, 사업기간 조정, 조건부 예산 편성 등의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업 무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2025년 추경에서 군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 의견과 사업성·환경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2년간 40억 원을 투입하는 공모사업을 신청한 예천군과 객관적인 조사자료 없이 예산에 제동을 건 군의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결국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추진될 예정이었던 작은정원 사업은 첫해 착수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예천군과 군의회의 엇박자가 도비 20억 원 반납으로 귀결된 대표적인 행정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