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토)

상주 흥암서원,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지정…조선 정치·학문사 가치 재조명 서인 노론계 대표 서원으로 역사·건축·학술적 가치 인정…지역 정체성 상징 유산

등록 :2025-12-12    조회수 188

대구경북취재본부장=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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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연원동에 위치한 ‘상주 흥암서원(尙州 興巖書院)’이 12월 11일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史蹟)’으로 지정됐다. 이번 지정으로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정치·사상사와 지역 학문 전통을 보여주는 핵심 유산으로서 국가적 보존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지역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으로, 동춘당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을 제향하는 공간이다. 1702년 창건된 뒤 1705년 사액을 받았으며, 1762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흥암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 사액서원 가운데 하나로, 그 역사적 희소성과 상징성이 크다.

 

송준길은 이이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학통을 계승한 산림학자로,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의 사상적 기반을 이끈 인물이다. 특히 상주 출신의 유학자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이후 약 10년간 상주에 거주하며 지역 인사들과 깊은 교류를 이어갔다. 이 같은 개인적 연고와 정치적 배경이 결합되며, 송준길이 사후에 상주 흥암서원에 제향된 것은 조선 후기 정치사에서도 매우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흥암서원의 건축 배치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의 특징이 절충된 형태를 보인다. 전면에는 강학 공간을, 후면에는 제향 공간을 배치했으며, 강학 공간에는 강당이 앞쪽에 자리하고 그 뒤로 동재와 서재가 배치돼 있다. 이는 기호학파 계열 서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식으로, 동·서재가 강당 앞에 위치하는 영남 지역 서원과는 차이를 보인다. 다만 상주를 포함한 경북 서북부 지역 향교에서는 비교적 자주 확인되는 배치 방식이다.

 

사당인 흥암사에는 1705년 숙종으로부터 하사받은 ‘乙酉至月 日 宣額’(을유지월 일 선액)이라 적힌 현판과, 1716년 숙종이 직접 쓴 해서체 글씨의 ‘御筆’(어필) 흥암서원 현판이 함께 걸려 있어 왕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영남학파 양식을 반영해 대청 전면이 개방돼 있고 후면은 창호로 구성돼 있다.

 

또한 흥암서원의 대문 역할을 하는 하반청(下班廳)은 동·서재에 거주하는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이 머물던 공간으로, 다른 서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서원의 운영 방식과 내부 위계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적 증거다.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지역 서인 노론 세력의 분포와 서원의 인적 구성, 운영 방식, 사회·경제적 기반을 살펴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풍부하다. 아울러 매년 봄과 가을에 거행되는 ‘춘추향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단순한 유적을 넘어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국가 사적으로 승격된 흥암서원은 상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함께 활용 방안을 마련해 국가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