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은 수동적 존재였나”…충청 여성 지식인의 삶 재조명 한유진, 제5회 충청국학 학술대회 전문가 세미나…가정경영·문학·성리학 속 여성의 주체적 사유 조명
등록 :2026-07-31 조회수 155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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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지난 30일 대학당에서 개최한 제5회 충청국학 학술대회 전문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경계를 허문 충청의 여성 지식인들’을 주제로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남성 유학자를 중심으로 서술돼 온 기호유학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충청 여성 지식인들의 삶과 학문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원장직무대행 이상균·이하 한유진)은 지난 30일 한유진 대학당에서 ‘경계를 허문 충청의 여성 지식인들’을 주제로 제5회 충청국학 학술대회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충청남도가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조선시대 여성교육과 가정경영, 여성 문인의 문학적 성취와 성리학적 사유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조선시대 여성은 유교적 규범에 순응하며 가정 안에서 제한된 삶을 살았다는 이미지로 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당시 여성들이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교육과 생활, 문학과 철학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판단과 실천을 이어온 지식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제발표는 이우진 공주교육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도현철 연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이끌었다.
첫 발표에 나선 김언순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사대부가 여훈서에 나타난 조선의 여성교육’을 주제로 우암 송시열의 ‘계녀서’와 호연재 김씨의 ‘자경편’을 비교·분석했다. 당시 여성교육이 일방적인 규범 전달에 머물렀는지, 여성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우는 자기 수양의 역할을 했는지를 살폈다.
안정은 충남대학교 박사는 ‘제월당 송규렴 부인 김태희의 가정경영’을 통해 사대부가 여성이 가족과 재산, 일상생활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모습을 조명했다. 가정이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니라 여성의 판단력과 경영 능력이 발휘된 사회적 공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박용만 유원대학교 교수는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의 학문과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분석했다. 이사주당은 임신과 출산, 태교에 관한 경험과 학문을 집대성한 ‘태교신기’를 저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영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신부용당의 삶과 문학을 통해 조선 여성 문인의 정신세계와 문학적 성취를 살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김세서리아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임윤지당과 강정일당의 성리학을 분석하며 여성들이 성리학의 보편적 진리를 탐구하고 도덕적·학문적 주체로 성장한 과정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충청 여성 지식인들이 유교 규범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주어진 질서 안에서 학문과 교육, 가정생활과 문학의 범위를 넓혀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기호유학의 중심지였던 충청에서 여성들이 성리학을 남성만의 학문으로 남겨두지 않고 스스로 수양하고 사유하는 철학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충청 여성 지성사의 중요한 특징으로 제시됐다.
이번 세미나는 조선 여성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단순히 ‘진취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의 사회적 한계와 유교적 질서 안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지적 공간을 확보했는지를 살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충청 여성 지성사를 보다 온전하게 복원하려면 이름이 알려진 사대부가 여성뿐 아니라 기록에서 배제된 다양한 계층의 여성까지 연구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개인 저술 분석을 넘어 여성 지식인 간 교류와 가족·지역 학맥 등 관계망을 함께 밝히는 작업도 과제로 남는다.
이상균 한유진 원장직무대행은 “충청은 여성 유학자와 문인의 활동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확인되는 지역이지만, 그동안 연구가 남성 유학자와 개별 저술에 치우쳐 여성 지식인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가 충청을 우리나라 여성 지성사의 중요한 거점으로 재인식하고 충청 여성 인물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유진은 오는 9월 4일 공주대학교 천안캠퍼스 9공학관 컨벤션홀에서 같은 주제로 대중강연을 열고, 충청 여성 지식인들의 삶과 사유를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