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사람을 바꿨다”…봉화, ‘작은정원’으로 지방소멸에 맞서다 임대주택 51동·55명 전입…정주환경 개선이 만든 인구 유입의 구조적 변화
등록 :2026-04-10 조회수 267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미영
본문

지방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체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 봉화군이 보여준 변화는 단순한 정책 성과를 넘어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봉화군이 추진한 ‘경북형 작은정원’과 정주여건 개선사업은 겉으로 보면 임대주택 공급 사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구조적 접근”에 가깝다.
최근 사업이 완료되면서 총 51동의 임대주택에 입주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55명이 봉화로 전입했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등 지역 내 직장을 두고도 외지에서 출퇴근하던 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달라진다.
즉, 봉화는 새로운 인구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유동 인구’를 ‘정착 인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변화의 출발점은 주거였다. 물야면에 조성된 ‘경북형 작은정원’은 단순 주택이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과 주말농장을 결합한 생활형 주거 모델로 설계됐다. 약 2만5천㎡ 부지에 조성된 이 공간은 입주 모집 당시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요를 입증했다.

봉화읍과 춘양면에 추진된 정주여건 개선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총 30동의 임대주택과 함께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동시에 구축해 “살 수 있는 집”이 아닌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책의 설계 방식이다. 봉화군은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시설 등 생활 편의 요소를 반영하며 젊은 층의 생활 패턴까지 고려했다. 이는 농촌 주거 정책이 단순한 공급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지에서 출퇴근하던 인력이 지역 내에 머물면서 소비가 발생하고, 저녁에도 불이 켜지는 마을이 늘어나며 지역 분위기 자체가 바뀌고 있다.
한 입주민은 “출퇴근 시간에 쓰던 에너지를 이제는 생활과 여유에 쓸 수 있게 됐다”며 정착 의사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주거 만족도를 넘어 지역에 대한 ‘체류 의지’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봉화군의 사례는 현재 경북 내 다른 지자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공무원 교육 과정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고 견학이 이어지는 등 정책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현재 성과는 ‘규모의 성공’이라기보다 ‘구조의 가능성’에 가깝다.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자리, 교육, 의료 등 정주 환경 전반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화의 실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방소멸 대응의 해법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봉화는 지금,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