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경주, 관광에 원전·미래차 더한다…민선 9기 ‘100년 설계’ 포스트 APEC 성과 확산·체류형 관광 전환…첨단산업과 청년 일자리로 지속성장 모색

등록 :2026-07-30    조회수 144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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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전통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의 기반 위에 원자력과 미래자동차 산업을 더하는 도시 체질 전환에 나선다.

 

민선 9기를 시작한 경주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도약과 포스트 APEC 사업, K-원자력 에너지 혁신클러스터, 미래자동차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중심으로 향후 4년간의 시정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소비와 일자리로 연결되는 체류형 관광구조를 만들고, 첨단산업을 통해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15일 열린 민선 9기 첫 언론인 간담회에서 ▲세계 10대 관광도시 도약 ▲포스트 APEC 사업 추진 ▲K-원자력 에너지 혁신클러스터 구축 ▲미래자동차 혁신 생태계 조성 ▲농어촌 경쟁력 강화 ▲미래도시 환경 조성 ▲시민행복도시 실현 ▲청년 정착 지원 등 8대 전략을 제시했다. 

 

5100만 명 찾은 경주…이제는 ‘머무는 관광’으로

 

경주시가 밝힌 지난해 경주 방문객은 외국인 관광객 138만 명을 포함해 모두 5100만 명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관광객 수 증가에만 머물지 않고 방문객의 체류시간과 지역 내 소비를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관광정책을 전환할 계획이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와 경주읍성 성벽 복원, 문무대왕릉 성역화 사업을 이어가면서 고운 최치원 선생 기념관과 해월 최시형 선생 생가 복원 등을 통해 역사문화 관광 콘텐츠를 확충한다.

 

동해안에는 감포 해양레저관광거점과 동해안 내셔널트레일, 어촌뉴딜 사업을 연계한다. 도심의 신라 역사문화유산과 감포·문무대왕면·양남면 일대의 해양관광 자원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어 관광객의 이동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관광객 증가가 숙박과 음식, 전통시장, 지역상권의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설 조성과 함께 교통 편의, 숙박 경쟁력, 야간관광 콘텐츠와 같은 체류 기반을 동시에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APEC 개최 경험, 국제도시 자산으로 활용

 

지난해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도시 자산으로 전환하는 ‘포스트 APEC’ 사업도 민선 9기의 주요 과제로 추진된다.

 

경주시는 APEC 기념관과 국가상징숲을 조성하고, 세계경주포럼을 창설해 정례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보문관광단지 대규모 개편과 국제회의 기반 확충도 추진해 문화관광과 국제회의 산업이 연계되는 도시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APEC 개최를 통해 확보한 국제적 인지도와 회의 운영 경험을 활용해 각종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학술대회를 유치하고 경주를 국내 대표 MICE 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주 시장은 “APEC은 경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며 “그 성과를 이어 세계인이 찾는 국제문화관광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국제행사 개최 경험이 곧바로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 APEC 사업이 일회성 기념시설 조성에 머물지 않으려면 국제행사의 지속적인 유치와 민간투자, 지역 관광산업과의 연계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원자력 집적화 추진

 

경주시는 원자력 산업을 관광과 함께 도시의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2단계 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 국가산업단지,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등을 연계해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기업 입주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MR 제작지원센터와 인증지원센터, 중수로 해체기술원,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의 기능 확장도 추진한다. 원전 연구와 설계부터 제작·인증·운영·해체까지 연결되는 원자력 산업 전주기 기반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원자력 관련 연구·산업 기반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시는 이러한 기반을 집적화해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를 넘어 글로벌 연구·기술 협력 거점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국가산업단지와 연구시설 조성에는 정부 지원과 예산 확보,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 원자력 산업 육성에 대한 시민 수용성과 안전관리 체계를 확보하는 것도 사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자동차부품 산업, 미래차 중심으로 재편

 

기존 자동차부품 산업을 미래자동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추진된다.

 

경주시는 안강 RE100 e-모빌리티 전용산업단지와 외동 미래차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건천 경제자유구역을 연결해 권역별 미래차 산업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기업지원 원스톱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대학에 미래자동차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직접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경주의 기존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중심으로 생산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기술전환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미래차 산업 육성의 성패는 대기업 투자유치뿐 아니라 기존 중소 부품업체들이 산업 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과 자금, 인력 지원이 현장 기업에 실질적으로 전달되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청년 정착과 지역 균형발전도 병행

 

경주시는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청년 주거·창업·취업 지원을 확대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인구 유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농어촌에는 스마트농업과 정주환경 개선,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을 확대하고 도심과 생활권별로 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기반시설을 확충한다.

 

지역을 안강·현곡·강동·천북권, 건천·산내·서면권, 외동·내남·불국권, 감포·문무대왕·양남권, 시내권 등으로 나눠 특성에 맞는 발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도심과 농어촌, 동해안 지역 간 격차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주 시장은 “관광도시라는 이름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며 “첨단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성장해야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투자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문화와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민선 9기 경주시의 전략은 관광에 편중된 도시산업 구조를 원자력과 미래자동차, AI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제시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정책과 국비 확보, 민간기업 투자에 영향을 받는 장기 프로젝트다.

 

결국 ‘경주 미래 100년’ 구상의 성패는 선언된 사업의 규모보다 실행 가능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성과가 시민의 소득과 일자리,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