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이병래 인천 남동구청장의 100일

등록 :2026-08-03    조회수 186

정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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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래 인천 남동구청장. 사진=남동구 제공

 

벼랑 끝 재정 위에 선 남동구…이병래 남동구청장의 100일, ‘숫자’가 아닌 ‘신뢰’를 시험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은 권력의 색이 바뀌어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공공의 등뼈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의 장부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한때 1,500억 원의 가용재원을 자랑하던 ‘흑자 도시’는 어느새 8,349억 원의 재정 공백을 우려하는 ‘적자 구조’의 문턱에 서 있다. 숫자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큰 경고로 울린다.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이병래 구청장이 꺼내 든 카드는 ‘재정혁신 태스크포스(TF)’였다. 부구청장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와 실무진이 결합한 이 조직은 100일간 남동구 재정의 민낯을 해부한다. 세입 확충, 세출 구조조정, 지방채 관리, 국·시비 확보까지—말하자면 ‘전면 수술’이다.

 

이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필요한 사업비만 1,100억 원, 여기에 지방채 207억 원과 294억 원의 잉여금 감소가 겹치며 재정 운용은 급격히 경직됐다. 문제는 단순한 적자의 크기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왜 멈추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사회는 냉정하다. “성과 검증도 없이 사업만 늘렸다”는 비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축적된 불신의 언어다. 그래서 이번 개혁의 본질은 긴축이 아니라 ‘복기’에 있다. 과거의 정책을 투명하게 해부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재정을 설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병래라는 이름을 이해하려면 그의 이력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인천광역시의원 시절, 비교적 꼼꼼한 예산 감시와 지역 현안에 대한 집요한 질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숫자에 강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현장보다 원칙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엇갈린 시선도 존재했다.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과거 구청장 도전에 나섰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경험은, 그에게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각인시켰다. 낙선 이후에도 폴리텍대학에서 용접기술을 배우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그는 한번도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갔다. 주민들과의 소소한 대화, 민생 현장의 반복된 확인, 그리고 “왜 우리는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는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늘 해결책을 찾고 대안은 제시했다. 

 

그 시간은 이번 위기 국면에서 묘한 설득력을 갖는다. 실패를 경험한 정치인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한다. 더 과감해지거나, 더 신중해지거나. 이병래의 선택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화려한 공약보다 ‘재정의 체력’을 먼저 말한다. 들리지 않는 곳간의 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태도다.

 

재정혁신TF가 제시한 목표는 향후 4년간 600억 원의 자력 확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결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공유재산 활용, 세원 발굴, 보조금 구조 개편 등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체질 개선에 가깝다. 동시에 9월로 예정된 ‘재정혁신 공론장’은 행정의 영역을 시민에게 일부 되돌려주는 실험이기도 하다.

 

전망은 양면적이다. 낙관은 구조개혁의 의지에서 나오고, 비관은 시간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재정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 복지지출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교부금 감소까지 겹치면, 지방은 스스로의 근육으로 버텨야 한다.

 

결국 남동구의 미래는 세 가지 질문에 달려 있다. 첫째, 과거의 정책 실패를 어디까지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 둘째, 구조조정의 고통을 주민과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셋째, 단기 성과의 유혹을 견디고 장기 재정 안정이라는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

 

이병래 구청장의 100일은 시험대다. 그것은 단순한 행정 실험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의 복원 과정이다. 재정은 숫자로 시작되지만, 결국 신뢰로 완성된다. 그리고 신뢰는 언제나 느리게 쌓이고, 순식간에 무너진다.

 

남동구의 장부는 지금 적자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묻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구예산이 주민을 위해 쓰여지고 있는가? 그리고 이제는 믿어도 되는가.”

 

정치는 때로 계산기보다 거울에 가깝다. 이병래 청장의 100일이 끝났을 때, 남동구는 어떤 얼굴을 마주하게 될까. 그 답은 숫자보다, 그 숫자를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