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장호병 수필가, 한국문학의 전환기를 이끌 ‘융합형 리더십’ 주목

등록 :2026-08-22    조회수 155

정갑수

본문

 

창작·출판·교육·문학행정 40여 년의 경험…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출마로 새로운 비전 제시

 

한국 문단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종이책 시장의 위축과 독서 인구 감소, 디지털 매체의 확산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진입하면서 문학의 존재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의 역할도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단순한 회원 권익 보호와 문인 간 교류를 넘어 문학의 사회적 가치와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고, AI와 디지털 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문학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는 장호병 수필가가 주목받고 있다. 장 수필가는 지난 40여 년 동안 문학 창작자, 출판 경영인, 교육자, 문화기획자, 문학행정가로 활동하며 문단의 현장과 제도 양쪽을 경험해 온 인물이다.

 

수필가에서 출판·교육·문학행정가로

 

1952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한 장호병 수필가는 고교 시절 대구에서 결성된 ‘경북 수필 동인회’ 활동을 통해 수필과 인연을 맺었다.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수필 창작을 시작한 그는 1992년 공저 『사랑과 이윤』을 거쳐 1993년 첫 단독 수필집 『웃는 연습』을 발표했다. 이후 『하프플라워』, 『너인 듯한 나』, 『눈부처』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눈부처』는 그의 문학적 사유가 집약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눈부처’는 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뜻한다. 장 수필가는 타자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존재가 관계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인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제39회 조연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문학론은 평론집 『로고스@카오스』와 『붓 가는 데로의 여행』, 창작 이론서 『글, 맛있게 쓰기』 등으로 확장됐다.

그는 삶을 ‘카오스’로 보고, 작가가 정확한 언어와 사유를 통해 그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을 ‘로고스’로 설명한다. 수필을 단순한 신변잡기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해석하는 지적 작업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40년 출판 경영, 문학을 ‘읽히는 문화’로 만들다

 

장호병 수필가의 또 다른 특징은 창작과 출판을 분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1980년 도서출판 대일을 시작으로 1982년부터 도서출판 북랜드를 운영해 온 그는 지역 출판 현장에서 수많은 문학 작품을 독자와 연결해 왔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최초의 포켓북 형태 월간 문학잡지인 『글사랑』을 창간하고 대중교통 이용객들에게 직접 배포하는 등 문학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았다.

1997년에는 ‘시사랑’을 창립해 매월 시 낭송회를 개최했다. 10여 년 동안 이어진 시 낭송 운동은 이후 월간 『시사랑』으로 발전했고, 대구시교육청의 ‘좋은 시 읽기 운동’으로 이어지며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6년에는 종합문예지 계간 『문장』을 창간해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과 미술을 결합한 전시 관람과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며 문학을 다른 예술과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 역할도 시도했다.

 

“문학은 삶의 치열한 성찰”…600여 명 후학 양성

 

교육자로서의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장 수필가는 대구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 ‘수필과 지성 창작아카데미’를 개설해 600여 명의 수강생을 배출하는 등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문장 기술이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도이고, 문학은 기도문”이라는 그의 문학관에는 작가의 삶과 작품이 분리될 수 없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육군3사관학교에서 호국보훈의 달 시낭송 행사를 기획·지도한 것도 문학의 영역을 교육과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한 사례다.

‘화이부동’과 실무형 리더십

문학행정에서도 장호병 수필가는 현장 경험을 축적해 왔다.

1980년대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6년간 활동한 데 이어 2015년 제12대 대구문인협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서 261표를 얻어 경쟁 후보들을 제치고 회장에 올랐다.

재임 기간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주요 철학으로 내세웠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2016년 대구문학제를 시민에게 개방된 축제로 확대하며 문인 중심의 문학행사를 시민과 소통하는 문화행사로 전환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한국수필가협회 제6대 이사장을 맡아 수필문학의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향상을 강조했다. 전국 단위 학술행사와 심포지엄을 활성화해 수필문학의 비평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2023년에는 제28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선출돼 전국 단위 문학행정에도 참여했다.

 

제29대 이사장 선거…“문학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장호병 수필가가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에 나서는 배경에는 문단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문학의 과제는 크게 재정 안정, AI 시대의 저작권 보호, 종이책의 보존과 독서문화 확산, 지역 문단의 균형 발전, 문학상 심사의 투명성 강화, 후학 양성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1만5천 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문인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회비에만 의존하는 재정구조에서 벗어나 정부·지자체·공공기관·기업의 문화예산과 메세나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출판 경영을 수십 년간 경험한 그의 강점이 이 대목에서 부각된다. 문학을 사랑하는 것과 문학 조직을 경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대응도 주요 과제다. 생성형 AI가 창작물을 생산하는 시대에 인간 작가의 창작권과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AI가 만든 작품을 문학의 영역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장 수필가는 AI를 배척하기보다는 인간 문학의 고유한 가치와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역과 세대, 장르를 잇는 문학공동체 구상

 

한국문단의 오랜 과제인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 해소도 그의 주요 관심사다.

청송 출신으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전국 문단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경험은 지역 문인들이 겪는 현실과 중앙 문단의 구조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제29대 집행부가 출범할 경우 지역 문인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각 지역 문협과 지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분권형 문학행정이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학상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심사 기준과 심사평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르와 지역, 세대를 넘어 다양한 작가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미래는 사람에게 있다”

 

장호병 수필가의 지난 40여 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연결’이다.

작가와 독자를 연결했고, 지역 문학과 중앙 문단을 연결했다. 문학과 미술을 연결하고, 창작과 교육을 연결했으며, 종이책과 대중을 연결했다.

그의 대표작 『눈부처』가 상징하듯 타자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문학적 태도는 향후 문학행정의 철학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AI가 글을 쓰고 디지털 플랫폼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문학의 핵심은 오히려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시대의 모순을 언어로 기록하는 능력은 알고리즘만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는 따라서 단순한 문단 내부의 선거를 넘어 한국문학이 AI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를 묻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창작자이면서 출판인이고, 교육자이면서 문학행정가였던 장호병 수필가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지, 그의 출마와 향후 행보에 문단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학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음 세대가 문학을 계속 창작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문학의 다음 장을 누가, 어떤 철학으로 열 것인가.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