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농지 불법 임대차 신고 포상금…“농촌에 신고 아르바이트·이웃 갈등 우려”

등록 :2026-08-20    조회수 242

정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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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농지를 불법으로 임대하거나 농지법을 위반한 사례를 신고하면 최대 1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인당 연간 포상금 한도도 종전 15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농촌 현장에 새로운 ‘신고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제처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 개정안은 농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 지급 기준을 구체화하고, 그동안 포상금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불법 농지 임대차를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농지법은 농업인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농지 임대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지주가 농지를 무단으로 휴경한 뒤 임대하거나 적법한 계약 없이 농지를 빌려주는 등 불법 임대차를 신고해 처분명령이 확정되면 5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나 농업진흥구역에서 허용된 범위를 넘어 농지를 이용한 사실을 신고해도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부정하게 발급받거나 농지전용 허가 없이 농지를 전용한 사례는 최대 포상금인 100만원이 지급된다. 신고 절차 없이 농지를 전용한 경우에는 30만원이 지급된다.

 

포상금은 단순히 신고했다고 곧바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신고 이후 농지법에 따른 행정처분이나 처분명령이 확정돼야 지급된다.

 

문제는 이 제도가 농지의 불법 행위를 줄이는 순기능과 함께 농촌 공동체의 갈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농촌에서는 농지를 둘러싼 지주와 임차농, 이웃 주민 사이의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경우가 많다. 과거 관행에 따라 구두로 농지를 빌려주거나 친척·이웃에게 농사를 맡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50만원의 신고 포상금’이 이웃 간 관계보다 앞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농지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을 촬영해 신고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만큼, 농지법 위반 사례를 찾아 신고하는 이른바 ‘농지 신고 아르바이트’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러 필지를 돌아다니며 불법 임대차나 농지전용 의심 사례를 찾아 신고하고, 처분이 확정되면 포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물론 신고 포상금 제도의 본래 목적은 투기와 불법 농지 이용을 막고 농지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농지를 취득한 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전용하는 행위를 방치해서는 농지의 본래 기능을 지킬 수 없다.

 

그러나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행적 임대차를 일률적으로 ‘불법’으로만 취급할 경우 선의의 임차농이나 고령 농업인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포상금 제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농지 소유자와 임차농이 합법적인 임대차 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계도와 상담, 정비 기간을 마련해야 한다. 신고 건수를 늘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불법 농지를 줄이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농지법의 칼날은 투기와 불법에는 날카로워야 하지만, 농촌 공동체의 오래된 관행과 생계에는 신중해야 한다. 50만원의 포상금이 농지를 지키는 감시의 눈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이웃을 의심하는 눈으로 바뀐다면 농촌의 풍경은 달라질 수 있다.

 

농촌에 필요한 것은 ‘신고 경쟁’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