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김민정 상임이사,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도전…‘통합과 실천’으로 문단의 새 길 연다

등록 :2026-08-23    조회수 111

정갑수

본문

 

34년 교육자·문단 행정가로 쌓은 현장 경험…“문인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협회 만들겠다”

 

한국 문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김민정 시조시인이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28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로 협회 실무를 맡아온 김 시인은 문단의 세대·장르·지역 간 갈등을 넘어서는 ‘통합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민정 시인의 강점은 문학적 성취와 문단 행정을 함께 경험했다는 데 있다. 1985년 《시조문학》 지상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한 이후 시조 창작에 매진하는 한편, 1987년부터 2021년까지 34년간 서울 공립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교육자로서의 삶을 걸었다.

 

교단에서는 문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쳤고, 문단에서는 시조분과 회장과 부이사장을 거치며 문협의 실무와 운영을 경험했다. 2021년에는 34년간의 교육공무원 생활을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특히 제27대 한국문협 시조분과 회장을 거쳐 제28대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협회 운영의 현장을 지켜왔다. 현재 《월간문학》 편집주간을 맡아 기관지의 편집과 문인들의 작품을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는 명예직에 머무르기보다 협회 사무실에 직접 출근해 회원들의 민원과 회무를 챙기는 ‘현장형 문단 행정가’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단의 시선을 지역으로 돌리기 위해 전국 각지의 문학행사에도 꾸준히 참석하며 지역 문인들과의 소통을 이어왔다.

 

150명 문인의 손끝으로 증명한 ‘통합의 리더십’

 

김민정 시인의 문단 내 신뢰와 연대의 폭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문인육필 시집 『들었다』다.

 

2025년 출간된 『들었다』에는 원로와 중견 문인 150여 명이 참여했다. 시인과 시조시인은 물론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아동문학가 등 여러 장르의 문인들이 김민정 시인의 시조를 직접 육필로 옮겼다.

 

한 사람의 작품을 매개로 서로 다른 장르와 세대의 문인들이 손글씨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집을 넘어 문단 공동체의 연대를 보여주는 문화적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시인에게 『들었다』는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과시하기 위한 작업이라기보다 문인들과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작품’에 가깝다. 오랜 기간 문단의 궂은일을 맡아오면서 형성한 인간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조에서 세계문학으로…K-문학의 외연 확장

 

김민정 시인의 문학 활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한국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번역과 국제화 작업에도 힘을 쏟아왔다.

 

영문 번역 시조집 『해돋이』를 비롯해 스페인어 번역 『시조, 꽃 피다』, 영어·아랍어 번역 『시조 축제』, 베트남어 번역 『꽃, 그 순간』 등을 기획·출간하며 시조의 세계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또한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단시조』와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연시조』를 펴내 미래 세대와 시조를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했다.

 

이는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을 계기로 높아진 K-문학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시조와 한국 전통문학 전반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김 시인이 이사장에 도전하면서 강조하는 것도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미래 세대의 문학 참여’다. 번역 인프라를 확대하고 국제 문학교류를 강화하는 동시에 청소년 문학인 발굴과 독자층 확대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시조는 시조대로, 자유시는 자유시대로’…장르의 벽을 낮추다

 

김민정 시인의 문학관은 특정 장르의 우월성을 주장하기보다 문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시조의 엄격한 형식이 오히려 언어를 절제하고 사유를 응축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동시에 자유시를 비롯한 다른 문학 장르의 고유한 미학도 존중한다.

 

그의 작품세계 역시 사랑과 자연에서 철도, 수석, 역사와 일상으로 폭넓게 확장돼 있다. 이 때문에 ‘사랑 시조 시인’, ‘철도 시인’, ‘국방 시인’, ‘수석 시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시집 『영동선의 긴 봄날』과 『바다열차』,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등에서는 기차를 삶의 만남과 이별, 시간과 기억의 공간으로 바라봤으며, 《국방일보》에서는 10여 년 동안 시와 문학을 소개하며 병영에 문학의 언어를 전달했다.

 

이처럼 창작과 교육, 평론과 문단 행정을 넘나든 경험은 종합 문학단체인 한국문협을 이끌겠다는 그의 리더십과 연결된다.

 

수도권과 지역, 원로와 청년을 잇는 ‘통합형 문협’ 구상

 

한국문인협회가 안고 있는 과제는 적지 않다. 회원들의 권익 증진은 물론 문학 인구의 고령화, 독서인구 감소, 지역 문단의 상대적 소외,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 AI 시대 문학의 생존과 변화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김민정 시인은 이러한 문제를 권위적인 리더십보다 현장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도권과 지역 문단의 간극을 줄이고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협회 운영을 강조한다. 원로 문인들의 경험과 청년 문인들의 새로운 감각을 연결하고, 중앙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문단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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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통합’은 단순히 선거에서의 연합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인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문학이라는 하나의 뿌리 아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화려한 꽃보다 뿌리 깊은 나무 같은 협회를”

 

김민정 시인이 자신의 문학적 지향을 설명하면서 자주 강조하는 말은 ‘화려한 꽃보다는 땅 깊은 곳에 뿌리내려 묵묵히 물을 길어 올리는 나무 같은 시’다.

 

그의 이사장 도전 역시 이 같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는 협회가 아니라 회원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뒤에서 버팀목이 되는 협회, 특정 장르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문인이 주인공이 되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김민정 시인이 던지는 질문은 문단의 리더가 누구인가를 넘어 ‘한국문인협회가 앞으로 어떤 조직이어야 하는가’에 있다.

 

문학은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마음을 기록한다. 그러나 문학을 지키는 조직은 시대의 변화에 응답해야 한다. 활자에서 디지털로, 국내에서 세계로, 원로에서 청년으로 문학의 경계가 빠르게 이동하는 지금, 한국문협에도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34년의 교육 현장과 40여 년의 문학 활동, 그리고 한국문협의 실무를 경험한 김민정 상임이사의 제29대 이사장 도전이 한국 문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그가 꿈꾸는 문협은 어쩌면 거대한 나무와 닮아 있다. 꽃은 문인들이 피우고, 열매는 독자들이 누리며, 이사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과 ‘실천’을 앞세운 김민정 시인의 도전이 제29대 한국문협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