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인천 송도, ‘특별자치구’의 꿈을 꾼다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 창립총회에서 추진위원장으로 선출

등록 :2026-08-23    조회수 259

정갑수

본문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 중심 추진위 공식 출범…“개발도시에서 자치도시로”

행정구역 분리 넘어 독자적 행정·재정체계 구상…법적 근거·재정 배분·주민 공감대가 성패 가를 듯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행정체계 개편과 자치권 강화를 목표로 한 ‘송도특별자치구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추진위원회는 지난 7월 발기인 대회를 가진 데 이어 8월 22일 창립총회를 열고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주민을 비롯해 행정·교육·기업·부동산·문화·시민사회 분야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그동안 간헐적으로 제기돼온 송도 행정체계 개편 논의가 본격적인 지역 의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번 추진위 출범은 단순히 연수구에서 송도를 분리해 별도의 자치구를 만들자는 행정구역 개편론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핵심 화두는 ‘개발도시 송도’에서 ‘자치도시 송도’로의 전환이다.

 

즉, 도시 개발과 투자유치에 집중해온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도시의 성장에 걸맞은 행정권한과 재정 기반을 확보하고, 주민의 생활행정과 도시 경쟁력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자는 것이 추진위가 제시하는 방향이다.

 

 

■ “구청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송도특별자치구 구상의 핵심은 단순한 행정구역 분리에 있지 않다.

현재 송도는 행정적으로 인천시와 연수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여러 기관이 기능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투자유치와 일반적인 지방행정, 생활민원과 도시관리 기능이 서로 다른 행정체계에 걸쳐 있는 구조다.

도시가 성장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역할 분담이 개발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구와 기업, 국제업무·바이오·교육·MICE·문화 기능이 집적되면서 도시의 규모와 복잡성이 커질수록 행정의 분절성이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진다.

추진위가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송도의 개발과 도시관리, 기업 유치, 주민생활 행정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고 ‘원스톱 도시행정’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행정체계와 권한 배분은 향후 법률 검토와 중앙정부·인천시·연수구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추진위가 제시하는 특별자치구 구상은 현재로서는 하나의 정책 모델을 만들고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핵심은 ‘분리’가 아니라 ‘도시의 성장 과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특별자치구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재정이다.

송도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대표적인 성장축으로 토지 개발과 기업 유치, 국제업무 기능 확대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도시 개발이 일정 단계에 접어들면 지금까지와 같은 개발사업 중심의 재원 확보 방식만으로 미래 도시 운영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

추진위는 앞으로 개발 재원이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개발 이후의 도시 운영체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송도에서 발생하는 세원과 재정이 교통·도로·공원 등 도시 기반시설뿐 아니라 교육·문화·복지, 기업 유치와 국제도시 경쟁력 강화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이는 단순히 ‘송도에서 걷은 세금을 송도에서 모두 쓰자’는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방세와 지방재정조정제도, 인천시와 연수구의 재정 관계, 경제자유구역 관련 재정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결국 논의의 본질은 “송도를 떼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성장한 도시의 재원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관리하고 어디에 재투자할 것인가”에 있다.

 

■ 김진용 초대 위원장…‘송도 개발’에서 ‘송도 미래행정’으로

 

추진위가 초대 위원장으로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선출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방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인천시에서 사무관부터 관리관까지 주요 보직을 거친 행정전문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과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쳐 제5대와 제7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역임하며 송도·영종·청라의 개발과 투자유치 현장을 직접 지휘했다.

인천시 기획조정실에서도 기획팀장, 교육지원담당관, 정책기획관, 재정기획관 등 주요 보직을 맡아 시정 전반의 기획과 재정 분야를 담당했다.

특히 인천대학교 통합과 캠퍼스 이전 및 국립대화 추진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했고, 과학예술영재학교 유치와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 워터프런트 사업 착공 등 송도의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사업에도 관여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5급 사무관에서 1급 관리관까지 승진한 이력 역시 인천시 행정사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그는 경제자유구역의 개발과 투자유치 현장에서 송도의 성장 과정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행정기관장의 위치에서 벗어나 송도의 다음 단계 행정체계를 설계하는 민간 추진기구의 수장으로 나섰다는 점이 이번 출범의 의미를 더한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송도의 미래 행정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추진위 활동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 전직 구청장·기업인·교수·부동산 전문가 등 참여

 

추진위의 인적 구성도 눈길을 끈다.

고문에는 신원철 전 연수구청장과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이 위촉됐다.

부위원장은 안길남·안병은·박한준 국제도시송도입주자연합회 전 회장과 이현준 전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장이 맡았다.

사무총장에는 정갑수 전 환경부 장관정책보좌관, 사무국장에는 안효중 송도소방서 의용소방대원이 선임됐다.

본부장에는 최종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교수, 이종호 전 청운대학교 교수, 조현영 전 인천시의원, 김정민 브랜드건축가, 박지훈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이 참여했다.

특별위원회도 가동된다.

운영위원회 준비위원장에는 안준림 고운요양병원 행정원장, 글로벌교육특별위원장에는 김동진 전 인천글로벌캠퍼스 사무총장, AI부동산특별위원장에는 홍재형 피앤엘인베스트먼트 대표, 미디어특별위원장에는 이석 투모로우 홍보위원이 각각 선임됐다.

행정과 정치, 교육, 기업, 부동산, 주민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참여한 것은 특별자치구 논의를 행정구역 개편에만 국한하지 않고 교육·산업·AI·부동산·문화·국제화 등 송도의 미래 도시전략과 연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현실의 벽…법률·재정·행정권한·주민 동의

 

송도특별자치구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새로운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거나 기존 자치단체와 다른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려면 관련 법령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인천시와 연수구의 행정·재정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새롭게 구성될 행정체계의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재정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송도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와 각종 재정수입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 기존 연수구의 재정 감소 가능성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광역단체인 인천시와 특별자치구 사이의 역할과 책임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민의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주민의 세금과 행정서비스, 교통·교육·복지, 지방의회와 선거, 도시계획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따라서 앞으로는 “특별자치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만큼이나 왜 필요한지, 어떤 권한이 필요한지, 재정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주민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편익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정책 모델을 통해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추진위가 앞으로 주민 포럼과 전문가 강연, 주민설명회,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송도의 다음 20년, ‘개발’에서 ‘자치’로

 

송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에는 단계가 있다.

초기에는 토지를 조성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계에서는 기업과 자본,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도시가 성숙하면 새로운 질문에 직면한다.

“이 도시를 누가, 어떤 비젼과 원칙으로 운영할 것인가.”

송도특별자치구 논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개발사업이 도시의 외형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행정과 자치가 도시의 내실과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자치구가 반드시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특별자치구라는 결론을 서둘러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송도에 가장 적합한 행정·재정 모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검증하는 과정이다.

특별자치구가 실제로 송도의 행정 효율성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기존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갈등을 낳지는 않는지까지 따져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특별자치구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대한민국 도시정책의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다.

김진용 위원장은 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송도의 성장 현장을 경험했다. 이제 그가 이끄는 추진위는 ‘개발된 송도’ 이후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됐다.

성공의 기준도 분명하다.

‘송도를 분리하자’가 아니라 ‘송도를 미래도시 모델로 더 잘 운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다.

법률과 재정, 행정권한이라는 제도적 장벽을 넘어 주민의 동의를 얻어내고, 인천시와 연수구,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한다면 송도특별자치구 논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에서 출발한 송도가 이제 자치와 경제, 교육과 산업, 문화와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도시 운영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송도특별자치구 추진위원회의 출범은 그 가능성을 묻는 첫 번째 공식적인 신호탄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숫자와 법률, 그리고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송도미래도시의 비젼과 구체적인 청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