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그림에 머문 삶의 이야기”…공미라 작가 가족 3인의 특별한 전시 80세에 붓을 든 아버지, 기억을 잃어가며 마음을 남긴 어머니, 그리고 부모의 삶을 그린 딸 9월 3~9일 계양아트갤러리…5년간 매일 신문 읽고 그린 1,600여 점의 기록 선봬

등록 :2026-08-28    조회수 746

정갑수

본문

 

 

한 가족의 삶이 그림이 되어 관객을 만난다.

 

공미라 작가는 시쓰는 화가로, 가족이 오는 9월 3일부터 9일까지 계양아트갤러리(계양구청 1층)에서 가족 전시회 ‘그림에 머문 삶의 이야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 사람의 작품세계를 넘어 아버지와 어머니, 딸 세 사람이 그림을 통해 남긴 삶의 흔적과 가족의 사랑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자리다.

 

전시의 중심에는 공미라 화가의 아버지가 있다. 그는 80세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붓을 들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시작한 그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됐다.

 

특히 아버지는 5년 동안 매일 신문을 읽고, 그날의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겼다. 그렇게 쌓인 작품만 1,600여 점에 이른다. 신문 한 장을 펼쳐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시선으로 그려낸 시간은 한 노년의 삶이 어떻게 예술로 기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딸 공미라 화가에게 아버지의 그림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살아온 시간이며, 가족에게 남긴 유산이었다.

 

공 화가는 ‘살아생전 아버지의 그림을 꼭 전시해 드리겠다’는 약속을 마음에 품었다. 이번 전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오랜 기다림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그림 역시 이번 전시에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시간 속에서도 어머니는 그림을 놓지 않았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듯 그림을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화면에 남겼다. 그림은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누구였고 무엇을 사랑했는지를 붙잡아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됐다.

 

딸은 그런 부모의 곁을 지켰다.

 

특히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다시 깨어난 뒤에도 그림을 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시간은 이번 전시가 지닌 의미를 더욱 깊게 한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에도 붓을 들었다는 것은 그림이 곧 생의 의지였음을 보여준다.

 

공미라 화가 역시 부모의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냈다. 부모의 그림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과 사랑, 기억과 상실을 자신의 그림으로 이어갔다. 부모와 딸의 작품이 서로 다른 세대의 언어로 대화하면서 하나의 가족 서사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미술관에 걸린 작품만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 가족이 함께 살아온 시간을 들여다보는 자리다.

 

80세에 시작된 아버지의 붓질에는 늦게 찾아온 삶의 열정이 있고,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은 어머니의 작품에는 사라짐에 맞서는 인간의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 곁을 지켜온 딸의 그림에는 부모를 향한 사랑과 약속이 있다.

 

공미라 화가 가족의 작품은 관객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무엇으로 기억할 것인가.”

 

사진일 수도 있고, 편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족에게 그것은 그림이었다.

 

신문을 읽고 그림을 그렸던 아버지의 하루하루가 1,600여 점의 작품으로 남았듯,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은 누군가의 마음과 손길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기도 한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까닭이다. 그림은 벽에 걸려 있지만,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한 가족의 시간과 기억, 상실과 회복, 그리고 끝내 놓지 않았던 사랑이 함께 걸려 있다.

 

‘그림에 머문 삶의 이야기’는 9월 3일(목)부터 9일(수)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양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한 가족이 그림으로 남긴 삶의 기록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전시는 오래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림은 때로 사람보다 오래 산다.
그리고 어떤 그림은 한 사람의 삶을 넘어 한 가족의 사랑까지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