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9일 (금)

3년간 6억 투입했지만 ‘끝난 뒤’가 없다…영주 문화특화사업 지속성 시험대 기본계획은 주민 주도·자생적 운영 기반 구축…2027년 운영 주체·재원 조달계획은 없어... 하얀간판집 체험·전시 성과에도 주민조직·양성 인력 후속 활동 검증 어려워

등록 :2026-08-31    조회수 222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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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휴천2동 번개시장 내 유휴 상가를 활용해 조성한 문화공간 ‘하얀간판집’에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본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화질을 개선한 모습.

 

 

영주시가 2024년부터 추진한 휴천2동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이 올해 종료를 앞둔 가운데, 사업의 핵심 목표인 주민 주도 운영체계와 자생적 문화 활동 기반이 제대로 구축됐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체험·교육·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번개시장 유휴 상가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확인되지만, 사업 종료 이후 공간과 프로그램을 이어갈 운영 주체와 재원 조달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사업계획서와 실적·정산자료 등을 취재·분석한 결과,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2억 원씩 총 6억 원이 편성됐다.

사업은 경상북도와 영주시가 주최하고 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해 휴천2동 일원에서 추진했다.

 

기본계획의 핵심은 ‘행사’ 아닌 주민 주도 문화생태계

 

2026년 사업계획서에는 사업 목적이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휴천2동의 문화자산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 문화인력을 양성해 문화 활동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이어 주민이 주도적으로 문화 활동을 만들면서 공동체를 성장시키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3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사업이 끝난 뒤에도 지역 주체를 중심으로 문화 활동이 지속·확장되는 ‘자생적 운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명시했다.

연도별 계획도 이러한 목적에 맞춰 설계됐다.

첫해인 2024년에는 마을 기초조사를 통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 문화공동체를 이끌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2025년에는 앞서 발굴한 문화공동체와 시범 프로그램을 활용해 상권 연계 프로그램과 영주역 광장 중심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했다.

마지막 해인 2026년에는 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정례화하고, 2024∼2025년에 양성한 문화활동가와 협업하는 ‘리턴즈 프로그램’,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한 서포터즈 운영 등을 통해 문화공동체의 공간과 활동 기반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사업 종료 시점에는 주민과 문화활동가가 직접 프로그램과 공간을 운영하고, 외부 지원이 종료되더라도 활동을 이어갈 최소한의 조직과 재원 구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체험·전시 프로그램은 운영…주민이 실제 주체였는지는 불명확

 

본보 취재 결과, 문화반장과 문화활동가, 청년기획자, 문화마을리포터 양성교육을 비롯해 주민 체험, 전시, 공연, 상권 연계 행사 등이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번개시장 내 유휴 상가를 활용해 마련한 ‘하얀간판집’에서는 팔찌·화분 만들기와 문인화 전시 등 주민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공간 대관과 각종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4년에는 사업비 2억 원 가운데 1억9천415만3천730원을 집행해 97.7%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높은 예산 집행률이 곧 주민 주도 문화공동체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계획이 목표로 삼은 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개최 횟수나 누적 참여 인원이 아니라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직접 사업을 제안·기획·운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성교육을 받은 문화활동가와 문화반장, 청년기획자 가운데 몇 명이 다음 연도까지 활동을 이어갔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직접 제안하거나 기획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사업비는 얼마였는지, 주민협의체나 문화기획단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성과자료도 충분하지 않았다.

주민협의체 또는 문화기획단의 구성자료와 회의록, 의사결정 과정, 공간 운영실적도 확인되지 않아 주민들이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였는지, 단순한 교육생이나 행사 참여자에 머물렀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사업 종료 이후 운영계획·재원 마련 방안 없어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이 끝난 뒤 문화 활동과 공간을 누가, 어떤 재원으로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본보 취재 결과, 하얀간판집과 번개시장 유휴공간의 사업 종료 후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 주민협의체·운영위원회 구성계획, 2027년 이후 공간 운영 주체와 임차료·인건비·관리비·프로그램비 조달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속 지방비 지원이나 2027년도 예산 편성계획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수익사업·회비·대관료·후원금 등을 활용한 자체 재원 조달 방안 역시 구체화되지 않았다.

사업 종료나 운영 포기, 운영 주체 해산 시 공간과 시설·장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도 명확하지 않다. 시설·집기·장비의 소유권과 관리책임자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부족했다.

기본계획은 사업 종료 이후 휴천2동 또는 영주시의 마을공동체가 자체적으로 공모사업에 지원해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안정적인 자체 수입이나 주민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라기보다 또 다른 공공 공모사업 선정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후속 공모에 선정되지 않으면 활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자생적 운영 기반’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간은 만들었지만 지속할 구조는 만들지 못해

 

하얀간판집은 번개시장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공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주민조직이 운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지, 임차료와 관리비를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공재원을 들여 임차 공간에 시설과 집기·장비를 마련했다면 사업 종료 전에 소유권과 관리책임, 이전·보관·처분 방법을 정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계획이 없다면 예산을 들여 조성한 문화공간과 장비가 사업 종료와 함께 활용되지 못하거나 관리 공백에 놓일 수 있다.

공간 조성 자체가 사업의 성과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주민 활동이 지속되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준비 수준은 기본계획의 목적과 충분히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민 참여 성과도 객관적 검증자료 부족

 

사업이 실제 휴천2동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했는지를 평가할 자료도 충분하지 않다.

프로그램별 전체 참여 인원과 휴천2동 주민 참여 인원, 신규 참여자와 반복 참여자, 공간별 연간 운영일수와 이용자 수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단순 누적 참여 인원에는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례가 중복될 수 있다. 휴천2동 외 지역 참여자가 포함됐다면 해당 사업이 지역 주민의 문화 역량과 공동체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만족도 조사와 외부평가, 양성 인력의 후속 활동률, 주민 제안 프로그램 비율 등 사업 목적에 맞는 성과지표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행사 횟수와 예산 집행률만으로 주민 주도 문화공동체의 형성과 자립 가능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프로그램은 남았지만 운영 주체는 남지 않았다

 

이번 사업은 주민들에게 문화 체험과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번개시장 유휴 상가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기본계획의 일부 목적에 부합한다.

그러나 주민이 직접 사업과 공간을 운영하는 조직, 양성 인력의 지속적인 활동, 자체 재원 마련 방안, 사업 종료 후 공간·시설·장비의 관리계획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주민 주도 문화생태계 구축’이라는 핵심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결국 프로그램은 운영했지만 이를 이어갈 주민 운영 주체는 남지 않았고, 공간은 만들었지만 사업 종료 후 지속할 구조는 만들지 못한 셈이다.

영주시는 2026년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어서 최종 사업실적보고서는 아직 작성되지 않았으며, 사업 종료 후 운영계획과 후속계획 등도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업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만큼 최종 성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사업 종료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운영 주체와 재원, 공간 유지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남은 기간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

영주시와 영주문화관광재단은 최종 성과보고 과정에서 단순한 행사 횟수와 참여 인원을 넘어 주민조직 구성과 양성 인력의 후속 활동, 주민 직접 기획사업, 공간 운영권 이관, 자체 재원 조달 가능성 등을 공개해야 한다.

3년간 총 6억 원이 투입된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이 한시적인 체험·행사로 끝날지, 실제 주민이 운영하는 문화공동체로 이어질지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활동할 사람과 조직, 공간을 남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