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정은해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장 “분쟁 해결 넘어 환경갈등 예방으로” “환경피해, 국민이 혼자 감당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등록 :2026-09-04 조회수 525
정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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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해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장이 환경분쟁 해결과 피해구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공정·신속한 분쟁 해결 넘어 ‘환경갈등 예방’까지… 국민이 먼저 찾는 구제기관으로
환경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지만, 그 뿌리는 대개 일상의 작은 불편에서 시작된다. 공사장의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와 악취에서부터 대기·수질오염, 일조·조망권 침해, 빛공해에 이르기까지 환경분쟁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개발사업과 기후변화, 새로운 산업의 등장까지 더해지면서 환경갈등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장에 취임한 정은해 위원장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곳이다. ‘분쟁이 발생한 뒤 해결하는 기관’에서 ‘갈등을 미리 발견하고 예방하는 기관’으로의 전환이다.
정 위원장은 환경부 기후변화협력과장, 녹색전환정책과장,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 국제협력관 등을 거친 환경정책 전문가다.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선임개발관리자와 OECD 환경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환경정책 현장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그런 그가 환경분쟁 해결의 첫 번째 원칙으로 꼽는 것은 의외로 거창한 정책이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환경피해를 입은 국민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피해를 입었는데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국민이 복잡한 제도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피해를 먼저 살펴보고 적절한 구제수단을 안내해 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환경피해, 개인이 인과관계 입증하기 어렵다”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는 1991년 출범한 환경분쟁조정 전문기관이다. 환경피해를 둘러싼 당사자 간 분쟁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조정·재정 등을 통해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환경분쟁은 일반적인 민사분쟁과 달리 피해 원인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인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정 위원장은 바로 이 점에서 국가기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사장 소음이나 진동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피해 정도와 원인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공사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가가 전문적인 조사와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분쟁조정제도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위원회가 다루는 분야도 대기·수질·토양·해양오염을 비롯해 소음·진동, 악취, 일조·통풍·조망 방해, 빛공해, 지하수 변화, 화학물질 유출·노출 등 매우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기존 환경분쟁조정 업무에 환경오염·석면·살생물제품 피해구제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 환경피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 “환경갈등,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
정 위원장이 최근 환경분쟁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은 것은 ‘복합화’다.
“과거에는 공사장 소음·진동이나 악취처럼 하나의 환경피해를 중심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하나의 개발사업에서 소음·진동뿐 아니라 먼지, 교통, 일조, 조망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들의 환경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생활환경 불편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됐다.
정 위원장은 이를 갈등의 증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민들이 자신의 생활환경이나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변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요구를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특히 환경피해를 판단할 때 단순히 법적 기준이나 측정 수치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환경기준이나 측정 수치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소음이라도 언제 발생했는지, 얼마나 지속됐는지, 실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인 조사와 주민들의 실제 피해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환경갈등은 사후 해결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
정 위원장은 환경분쟁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갈등의 씨앗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대규모 건설공사와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업자가 ‘법적인 기준을 지켰으니까 문제가 없다’고만 이야기하면 주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먼저 듣고,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업자가 모든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설명하고 대안을 찾는 노력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어려운지 설명하고 가능한 대안을 함께 찾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 자체가 환경갈등을 줄이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 위원장은 환경분쟁조정제도 역시 ‘문제가 터진 뒤 찾아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업 추진 단계에서 예상되는 환경갈등을 점검하고 주민과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민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해결책을 원한다”
정 위원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환경분쟁조정과 피해구제의 연계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분쟁조정’인지 ‘피해구제’인지 제도의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입은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환경분쟁조정인지 피해구제인지 제도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이를 보다 직관적인 행정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께서 복잡한 제도를 일일이 공부해서 찾아오시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피해를 입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 국가가 적절한 제도와 절차를 찾아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 ‘분쟁 해결기관’에서 ‘환경갈등 예방기관’으로
정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위원회의 미래상은 분명하다.
분쟁이 발생한 뒤 판정하고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갈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국가기관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앞으로 더 복잡해질 겁니다. 새로운 산업과 개발사업이 등장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새로운 환경갈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분쟁이 발생한 뒤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는 환경갈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까지 위원회의 역할로 제시했다.
그가 꼽은 핵심 가치는 공정성·신속성·국민의 신뢰다.
주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되 사업자의 입장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신속성’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공정한 판단이라도 너무 오래 걸리면 국민 입장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됩니다.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하되 가능한 한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환경분쟁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일상 회복”
정 위원장은 환경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인 제도 활용을 당부했다.
피해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기록하고 사진이나 영상 등 관련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가능한 한 일찍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가 국민에게 어떤 기관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정 위원장의 답은 명료했다.
“환경분쟁은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갈등을 합리적으로 풀고 피해를 입은 국민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 위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국제환경과 기후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국내 환경분쟁과 피해구제에 접목하겠다는 정 위원장은 자신이 이끄는 위원회의 궁극적인 모습을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환경피해 구제기관’으로 그렸다.
“국민들이 환경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기관, 누구나 믿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위원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환경은 이제 단순한 정책 분야를 넘어 국민의 삶과 건강, 재산권이 맞닿아 있는 생활의 문제가 됐다. 개발과 보존, 산업과 환경, 지역사회와 사업자 사이의 긴장도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시대에 환경분쟁조정의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정확하게 판단했는가를 넘어 얼마나 빨리 갈등을 낮추고 국민의 일상을 회복시켰는가.
정은해 위원장이 취임과 함께 내건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과 ‘갈등 예방’이라는 두 축이 앞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피해구제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을 어디까지 확장할지 주목된다.






